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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코미디공연 도전하는 '터키 첫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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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코미디공연 도전하는 '터키 첫 한국특파원'

입력
2016.09.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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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언론사 한국특파원 출신인 알파고 시나씨는 KBS '금요외신기자클럽', E채널 '용감한 기자들'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인데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로 착각한다"라며 웃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터키 언론사 한국특파원 출신인 알파고 시나씨는 KBS '금요외신기자클럽', E채널 '용감한 기자들'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인데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로 착각한다"라며 웃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공연이 잘 안 돼서 제게 흑역사가 되면 처음 제안했던 사람에게 소송을 걸 생각이에요.”

터키 최초 한국 특파원이었던 알파고 시나씨(28)는 스탠딩 코미디 공연을 앞둔 지난달 26일 만나 무심한 듯 이렇게 내뱉었다. “혼자 하는 코미디 공연이 잘 될까 싶어 한국인 아내의 친구들 앞에서 먼저 해봤는데 옆 사람 어깨를 때리며 웃는 걸 보고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공연장 곳곳에 ‘웃음 부대’로 아내 친구들을 배치했죠.”

알파고는 2, 3일 서울 대학로 소담소극장에서 1인 스탠딩 코미디 ‘한국생활백서’를 공연한다. 12년간 한국에서 살며 보고 느낀 점을 유머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기자가 본업인 사람이 스탠딩 코미디라니 뜻밖이다. 그는 “얼마 전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청중이 많이 웃는 걸 보고 주변 지인들이 공연으로 해도 되겠다고 했다”며 “지인들이 농담처럼 말한 걸 진지하게 칭찬으로 받아들여 공연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도 강연처럼 터키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문화의 여러 특이점을 그릴 계획이다.

터키에서 고교를 졸업한 알파고는 한국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 특파원으로 2010년부터 6년간 일하다 최근 터키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기에 1년 전부터 준비해서 ‘하베르코레(haberkore.com)을 운영하며 한국 중심의 아시아 소식을 터키에 알리고 있습니다. 터키어로 ‘한류’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사이트죠.”

최근엔 세계 화폐를 수집하는 취미를 살려 책도 냈다. 14개국 화폐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들 국가의 근현대사를 소개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헤이북스)다. 처음에는 “가보지 않은 나라를 갔다 온 듯한 기분을 느끼려고” 시작했다가 기자로 세계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게 됐다. “전문 수집가 수준은 아니지만 해외를 다니면 그 나라의 화폐를 최대한 많이 구하려고 합니다. 화폐에 나온 인물과 관련된 장소도 찾아다니고요.”

한국 화폐는 이 책에 없다. 자유, 독립, 건국, 민주주의 등과 관련한 투쟁 영웅들 위주로 쓰다 보니 한국 화폐는 제외된 것이다. 그는 “아마도 분단된 나라라서 그런 것 같다”며 “김구를 넣든 이승만을 넣든 논란이 많을 것이다. 조선 시대 인물들만 있는 걸 보면 통일이라는 과제를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름 중 성인 알파고는 ‘투구’를 뜻한다고 한다. 이름 이야기를 꺼내자 목소리가 커졌다. 고국인 터키의 혼란스런 정치 상황을 이야기할 때보다도 흥분한 것 같았다. “바둑 경기가 열리고 1주일간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페이스북은 거의 테러를 당한 수준이었죠. 모두 다 똑같은 농담을 했어요. ‘알파고, 바둑 잘하는지 몰랐네?’ 창의적이지도 않아요. 휴대전화 매장에 가도 제 이름을 말하면 ‘개그 잘하시네요, 그러니까 이름이 뭐예요?’라고 다시 물어요. 진짜 내 이름이라고 하면 ‘그딴 이름도 있어요?’라고 해요. 아니, ‘그딴’ 이름이라니!”

알파고의 다음 목표는 보드게임 제작이다. 엉뚱한 생각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공인 정치외교학에 대한 오랜 관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외교적인 관계를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나 싶습니다. 외교는 냉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그래서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교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국에 사는 시민으로서 외교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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