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이 맞붙은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3대 4로 끌려가던 롯데가 8회초 1사 후 김용희와 김용철의 연속 안타로 1ㆍ3루 기회를 잡았다. 시리즈 내내 20타수 2안타로 부진하던 유두열이 타석에 섰고, 마운드엔 삼성의 왼손 에이스 김일융이 버티고 있었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일융이 던진 회심의 몸쪽 낮은 공이 유두열의 방망이에 걸렸다. 왼쪽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공이 마침내 외야 관중석에 떨어지자 유두열과 롯데 벤치, 부산 팬들은 야구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흥분과 광란의 밤이었다.
롯데는 이 홈런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6대 4로 승리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 장면은 한국시리즈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된다. 딱 한방으로 유두열은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홀로 따낸 최동원을 제치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일 신장암 투병 끝에 60세를 일기로 별세한 유두열의 이름을 전 국민에게 알린 경기이자 그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다. 고인은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 출신으로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와 한국전력을 거치며 출중한 타격 능력을 뽐냈고,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은퇴 뒤에는 롯데와 한화 등 프로야구 코치로 활약하다 고교야구 지도자로 후진 양성에 힘썼다. 2014년 9월 신장암 진단을 받았고, 발견 당시에는 다른 장기까지 전이돼 수술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난 고인은 지난 4월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홈 개막전 시구자로 나설 정도로 기운을 차렸다. 당시 그는 “후배들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던지겠다, 병과도 싸워서 이기겠다”며 힘차게 홈플레이트로 공을 던졌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특15호실. 발인 3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고양시 벽제승화원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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