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회동서
“NAFTA 문제 개선” 유화적 태도
전용기 국경 넘자마자 돌변모드
“불법체류자 추방” 강경 재확인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31일 이민정책에 대해 또다시 일관성 없는 좌충우돌 행보를 보였다. 이날 낮 멕시코 방문에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으나, 귀국 후 애리조나 주 유세에서는 ▦멕시코가 경비를 대는 국경 장벽 건설 ▦시리아ㆍ리비아 출신자 이민 금지 ▦불법 체류자 추방 등 기존의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낮 멕시코시티에서 전격 회동한 트럼프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핵심 쟁점은 외면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만 주고 받았다. 트럼프는 “미국ㆍ멕시코 국경에 거대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집권하면 당장 폐기하겠다’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니에토 대통령 역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자가 ‘범죄자’와 ‘마약 밀매꾼’ 취급 당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으나, 막말을 내뱉은 트럼프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니에토 대통령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트럼프는 전용기가 국경을 넘자마자 태도를 돌변했다. 이날 저녁 애리조나 피닉스 유세에서 10가지 이민정책 원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 국경장벽 건설 비용은 반드시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무슬림에 대한 입국금지, 이민자에 대한 사상검증, 불법체류자 추방 등 유세과정에서 내놓았던 이민 관련 강경입장도 재확인했다. 특히 추방 명령을 받은 체류자가 미국 사회에 유입돼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출신지 국가에 압력을 가해 이들을 반드시 데려가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미국 내부에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국경 장벽 설치비용을 놓고 논란만 낳았을 뿐 성과가 없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니에토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동 후 장벽 건설 비용 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트럼프를 만난 직후 멕시코가 그런 돈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외국 정상과의 ‘무난한’만남으로 안정적인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완벽한 지도력을 보여준 멕시코 출장이었다”고 스스로를 추켜세운 뒤 “유약한 클린턴은 현장을 찾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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