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손흥민의 독일행, 토트넘이 막판에 주저앉힌 사연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흥민의 독일행, 토트넘이 막판에 주저앉힌 사연은?

입력
2016.09.01 13:49
0 0
손흥민은 올 여름 독일행이 유력했지만 결국 팀에 남게 됐다. 사진은 2015년 11월 라오스와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은 올 여름 독일행이 유력했지만 결국 팀에 남게 됐다. 사진은 2015년 11월 라오스와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24ㆍ토트넘)의 눈은 볼프스부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팀을 옮기기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적이 불발됐다.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유럽 프로축구 이적시장이 1일 오전 7시(한국시간)에 마감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유턴이 예상됐던 손흥민은 결국 팀에 남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손흥민이 아닌 토트넘의 선택이었다.

볼프스부르크는 지난 7월 도르트문트로 떠난 안드레 쉬얼레(26ㆍ독일)의 대체자로 손흥민을 점찍었다. 손흥민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뛰며 맹활약을 펼친 검증된 자원이다. 독일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 따로 적응도 필요 없다. 이에 맞물려 토트넘도 올 여름 공격수 보강에 열을 올렸다. 지난 달 23일 볼프스부르크가 손흥민을 원한다는 독일 보도가 나오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토트넘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공격진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인터뷰했다.

관건은 토트넘이 원하는 이적료를 볼프스부르크가 맞춰줄 수 있느냐였다.

볼프스부르크가 처음에 준비한 돈은 약 250억. 토트넘은 꿈쩍도 안 했다. 볼프스부르크는 다시 300억원으로 올렸다. 토트넘은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구단의 선수를 사고 파는 일에 전권을 가진 다니엘 레비(53) 토트넘 회장은 계산의 귀재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토트넘은 지난해 여름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을 데려올 때 쓴 4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볼프스부르크는 한 번 더 베팅했다. 최전방 공격수 바스 도스트(27ㆍ네덜란드)를 스포르팅 리스본으로 떠나 보내며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이적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독일 빌트는 지난 달 29일 “볼프스부르크가 토트넘에 손흥민 영입을 위한 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볼프스부르크가 제시한 이적료는 약 380억원. 볼프스부르크 구단 역사상 이적료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액이었다. 손흥민의 마음도 독일로 기울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또 배짱을 부렸다. 이적료를 다시 480억원으로 올려버렸다. 볼프스부르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달 30일 “토트넘과 볼프스부르크 협상이 결렬됐다”고 속보로 전했다. 빌트는 다음 날인 31일 “손흥민의 너무 비싼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유럽원정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돼 인터뷰하는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해 6월 유럽원정을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돼 인터뷰하는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문제는 손흥민의 올 시즌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이다. 스카이스포츠는 “포체티노 감독은 여전히 손흥민이 팀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포체티노 감독의 구상에서 손흥민은 후순위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팀에 주저앉힌 뒤 오래 전부터 눈독 들였던 뉴캐슬의 무사 시소코(27ㆍ프랑스)를 영입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이 뉴캐슬에 지급한 이적료는 약 440억원. 계약기간은 5년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앞서 데려온 측면 공격수 조르주 케빈 은쿠두(21ㆍ프랑스)와 시소코, 그리고 기존 자원인 에릭 라멜라(24ㆍ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안 에릭센(24ㆍ덴마크), 델레 알리(20ㆍ영국) 등과 치열하게 주전을 다퉈야 한다. 올 시즌 초반 손흥민은 일단 교체 요원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현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있는 손흥민은 이적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입을 꾹 다물곤 했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독점 중계하는 JTBC와 인터뷰에서 독일행 가능성을 묻자 “선수에게는 뛸 수 있는 팀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달 31일 방송됐지만 하루 전인 30일 촬영된 것이다. 그가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힌 시점이었다.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독일로 갈 거라는 속내를 살짝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트넘이 또 한 번 몸값을 올릴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독일행을 결심했던 손흥민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 이제 방법은 하나다. 겨울 이적시장이 다시 열릴 때까지는 어떻게든 포체티노 감독 눈에 들어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