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되레 과열 양상에
개인 상환 능력 엄격하게 체크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
금융당국, 구체적 방안 마련 착수
입주 전 잔금대출 우선적용 될 듯
금융당국이 분양물량 축소를 골자로 한 8ㆍ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곧바로 후속 조치에 들어간다. 공급 축소가 집값을 끌어올릴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외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등 대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개인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는 게 핵심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업계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돌입한다. 금융당국 고위 인사는 “이번 8ㆍ25 대책에 집단대출을 관리하는 방안이 담긴 것과 별개로 새로 TF를 꾸려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어떻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두루 검토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8ㆍ25 가계부채 대책에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고 ▦은행들이 집단대출 차주의 소득자료 확보와 아파트 건설 사업장 조사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등의 집단대출 강화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추후 시장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며 당장은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개별 주택대출 증가액은 주춤해진 데 반해 별다른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 증가액은 급증하면서 당국 안에서도 집단대출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2년간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역대 최고치인 74만가구에 이른다. 통상 입주 때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걸 고려하면 내년부터 주택시장이 꺾이더라도 집단대출은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토지공급을 줄여 신규 대출 수요를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잠재된 집단대출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번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도 추가대책을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입주 직전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리는 잔금대출에 우선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중도금대출은 건설사나 HUG 보증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은행으로서도 굳이 소득 심사에 나설 유인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받는 잔금대출은 HUG 보증이 아닌 집을 담보로 이뤄지는 주택담보대출 형태여서 은행으로서도 대출자의 소득을 깐깐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잔금대출엔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LTV 규제만 있을 뿐 대출자의 소득을 따지는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이 집값의 70%를 대출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TI처럼 강력한 규제는 아니더라도 소득심사를 거쳐 일시상환 대출이 아닌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나눠갚는 분할상환·비거치식(1년 이내) 대출로 유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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