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두 번이나 합의하고도 파행
3당 간사 임시국회 종료 앞두고
비공개 협상 끝 심야에 극적 타결
오늘 오후 본회의서 처리키로
교문위 예산 처리 반발한 與 조윤선 인사청문회 보이콧
여야가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밤샘 협상을 벌여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대책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을 9월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데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새누리당 주광덕ㆍ더불어민주당 김태년ㆍ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비공개 협상을 벌인 끝에 밤 늦게 합의에 이르렀다. 또 김현미 예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예결위 소소위를 열어 세부 사항까지 의견의 일치를 봤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포함, 증액할 교육예산 규모를 놓고 공방을 이어간 여야는 이날 교육시설자금 목적 예비비를 2,000억원 증액하고 청소년 생리대 지원 등 복지예산으로 1,800억원을 증액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예비비로 3,000억원 증액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2,000억원을 제시하며 맞선 가운데 국민의당은 중재안으로 2,500억원을 냈다. 막판 쟁점 중 하나였던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700억원의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부대 의견을 달아 향후 지원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날 극적 타결로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그러나 앞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두 차례(8월 22일, 30일)나 뒤집으면서 ‘무생물 국회’라는 비난이 이어지자 막판 면피성 타결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1일 시작되는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도 이 같은 극한 대치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은 친박근혜계, 더민주는 친문재인계가 당권을 장악, 여야 모두 강경세력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국회에선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여야의 정국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실제 ‘협치’를 기치로 내건 20대 국회가 개원한 후 지난 3개월도 순탄치 않았다. 여야가 4차례 합의를 했지만 지켜진 약속은 1번에 그쳤다. 애초 8월 22일 처리하기로 합의한 추경안은 서별관회의(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30일 처리키로 한 추경안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무산됐다. 협치는 허울뿐인 말이 됐고 민생을 위한 여야 합의는 빈 종잇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속에 이날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되는 파행을 겪었다. 여당이 인사 청문회를 보이콧한 건 지난 2000년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의 첫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16년 만이다. 새누리당 소속 교문위원들은 야당이 교문위 소관 추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반발해 인사청문회에 불참했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뭐야! 멍텅구리야”(이은재 새누리당 의원), “닥치세요”(손혜원 더민주 의원) 등 삿대질과 반말 등을 섞은 원색적 비난전을 벌이기도 했다.
1일 열리는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김 후보자의 부동산 특혜 의혹 등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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