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에 가하는 역공이 매섭다.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의원의 ‘호화 외유’ 의혹 폭로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사임한 뒤로는 우 수석 비리 의혹 보도 자체가 음모인 것처럼 주장하고 나섰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송 전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핵심인사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 사장 연임 로비를 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우 수석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들의 정권 흔들기”라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로 인해 조선일보는 송 전 주필의 보직 해임에 이어 사표를 수리했고, 31일자에는 사과문까지 실었다. 유력 언론으로서 그만큼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호화 전세기와 호화 요트 이용 등의 접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언론윤리를 망각한 심각한 일탈이다. 더욱이 청와대 요로에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까지 직접 했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만큼 사실 여부를 철저히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그러나 송 전 주필의 일탈과 청와대가 노골적인 폭로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은 별개 의 문제다. 권력 비리와 부패 감시는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직접 언론인의 일탈을 들춰내 언론사 공격에 나선 것은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물론 청와대의 인식은 다르다고 한다. 송 전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등이 거절되자 보복 차원에서 우 수석 비리 의혹을 터뜨렸다고 보는 모양이다. 최근 조선일보 지면에 정권 비판 논조가 자주 보였던 것과도 무관하기 어렵다.
결국 또 다른 음모론이라 할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상식과 동떨어진다. 진보 언론은 물론이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까지 정부 비판 논조가 늘어난 것은 이 정권의 독선과 불통 무능이 심화한 탓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권력비리 의혹 제기나 비판적 논조를 정권 흔들기나 식물정부 만들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당한 연임 로비나 호화 접대 등 언론인의 비리를 알았다면 즉시 검찰에 고발해 조사하도록 했어야 할 일이다. 약점을 쥐고 있다가 권력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자 대응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행태는 도무지 국정 최고기관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우병우 수렁에 빠져 언론과 빗나간 싸움이나 벌이는 청와대를 국민이 어찌 볼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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