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 인부, 해경 경비함으로 후송
강풍으로 헬기 못 띄워 하루 뒤에나
일주도로 차단ㆍ단수ㆍ침수 피해 잇따라
이재민 32가구 64명 발생
사흘간 400㎜의 물폭탄이 내린 울릉도의 일주도로가 끊기고 단수, 고립 등 쑥대밭으로 변했다. 특히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건설현장과 울릉읍 사동리 일대는 밀려 내려온 토사에 주택이 파묻히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
기상청과 울릉군에 따르면 28~30일 울릉도에는 초속 16~24m의 강풍과 함께 4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특히 울릉군 서면에는 494㎜나 되는 비가 내렸다.
이에 따라 31일 현재까지 산사태와 낙석으로 2명이 크게 다치고 주택가 골목까지 토사가 흘러 넘쳐 32가구 64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옥침수 28채, 차량침수 15대, 일주도로(국지도90호선)상 가두봉피암터널 붕괴 등 도로시설 파손 35개소, 소하천 제방붕괴 2개소, 사면 붕괴 9개소, 정전 40가구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또 30일과 31일 도동 사동리 일대에 전면 또는 제한적으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았고, 일부 주민들은 도로 침수로 3일 넘게 고립되기도 했다.
피해가 집중된 울릉읍 도동리 울릉초등학교 주변과 사동리 일대는 31일 날이 밝으면서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도동리 울릉초등학교 뒤 LH(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건설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 작업 인부 J씨가 갈비뼈 등을 크게 다쳤다. J씨는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육지로 긴급후송해야 했지만 헬기가 뜨지 못해 31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삼봉호(5,000톤)를 통해 오후 늦게 육지로 후송됐다. 또 2층 주택 1층까지 토사가 덮쳐 안에 있던 주민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울릉읍 도동 주민 한모(50)씨는 “2층 건물의 1층 높이까지 흙탕물로 뒤덮였고 옆집에서는 흙더미에 갇혔던 아이들이 너무 놀라 밤에 의료원에 가 있기도 했다”며 “주민들이 차가 떠내려가는 걸 보면서도 발만 동동 굴렀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동맥인 일주도로도 곳곳에 낙석과 파도, 폭우에 묻히고 패여 마비됐다. 사동3리는 길이 40m의 가두봉 피암터널이 집중호우로 인한 낙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완전히 무너졌다. 가두봉에서 흘러내린 암석만 1만6,000톤 가량으로 추산됐다. 비가 그친 이후에도 낙석이 계속돼 복구에 나선 공무원들도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릉읍 사동1리에서는 사동천 제방 위 사면이 붕괴돼 토사와 수목이 주택가 골목까지 떠 내려왔고 차량 15대와 가옥 12채가 침수돼 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울릉군은 31일 공무원 등 100여명의 인력과 굴삭기 16대를 동원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울릉군청 한봉진 건설과장은 “일주도로만 해도 34개 구간에서 토사와 수목으로 매몰되거나 옹벽이 붕괴돼 피해 상황도 걸어서 파악하고 있다”며 “완전히 무너진 가두봉터널 등은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울릉 등 5개 항로 여객선 9척은 이날까지도 발이 묶였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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