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주차장이 진흙탕으로 변해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닐 수도 없어요. 이게 무슨 국제공항입니까?”
세종시에 거주하는 윤모(54)씨는 지난 주말 청주공항을 이용했던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민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청주공항에 도착한 그는 주차장이 만차 상태여서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안내 표지판에 따라 인근 임시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곳은 ‘무늬만 주차장’인 곳이었다. 잔디밭과 맨땅 위에 주차 구획선을 그어놓지 않아 어지럽게 차량들이 뒤엉켜 있었다. 더구나 전날 내린 비로 바닥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제대로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항공사 측은 주차료 1만원을 선불로 받아 챙겼다. 윤씨는 “임시주차장엔 야간 조명등도 없다. 이용객 편의는 뒷전인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청주공항 이용객들이 주차장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주차장 문제의 근본 원인은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비해 주차장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31일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60만명이 예상되는 등 급증 추세에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1일 이용객이 1만 1,200명을 넘기며 하루 최다 승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용객이 폭증하는데도 주차 공간은 여객 청사 맞은편의 주차장 930대 분에 불과해 늘어나는 차량을 수용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의 경우 365일 중 주차장이 만차된 날이 무려 347일에 달했다. 거의 1년 내내 주차장이 포화돼있다는 얘기다.
주차공간이 부족하자 공항공사 측은 인근 녹지대에 800대 분의 임시주차장을 마련, 주차 시간에 관계없이 한 번에 1만원을 받고 차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임시주차장이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고 조명도 설치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항 이용객들은 “청사와 활주로 확장 등 외형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용객 불편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항공사는 포화상태인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었다. 한데 이 부지가 천안~청주공항 복선 전철 사업 구간에 포함되면서 예산을 받아놓고도 주차장 확장 사업을 접어야 했다.
공항공사 청주지사 관계자는 “내년에 대체 부지를 물색해 다시 주차장 확장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그때까지는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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