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는 바다낚시꾼들에겐 로망이다. 각종 돔 낚시 최고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센 이곳의 물고기들은 유독 씨알이 굵고 육질이 탄탄하다고 한다.
추자도의 대표 어종은 삼치와 조기, 멸치 등이다. 조기가 많이 잡히기 시작하며 굴비산업이 섬의 주 수입원이 됐다. 가을을 맞아 본격 조기잡이 어선들이 출항을 시작했다.
또 다른 가을 명물은 멸치다. 명품 ‘추자액젓’을 만드는 재료다. 산란기 영양분을 가득 품은, 기름진 대멸이다. 추자액젓이 맛이 다른 이유다.
감성돔을 잡으러 낚시꾼들이 찾아오는 겨울, 추자도엔 삼치떼도 함께 몰려든다. 섬은 일제 시대부터 삼치로 이름을 떨쳤다. 70년대 초까지 삼치 파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추자도 주민 박경덕(44)씨는 “1m가 넘는 커다란 삼치는 회로 먹어도 좋고 구워도 쪄도 다 맛있는 최고의 물고기”라고 했다. 또 이 섬에선 겨울 학꽁치를 낚시가 아닌 뜰채로 건져 올린다고. 회덮밥 용으론 학꽁치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박씨의 이야기다. 오뉴월에 잡히는 커다란 바다장어도 명물. 섬 어르신들은 이 장어로 끓인 진한 장어탕의 힘으로 여름을 난다고 했다.
이런 풍성한 해산물에 전라도식 조리법이 결합돼 추자도의 음식문화를 완성시켰다. 추자도는 제주에 속해있지만 사투리나 문화는 호남권이다. 호남의 유배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주민 김준헌(57)씨는 “조선시대 완도 해남 등에 유배를 많이 왔는데 그들의 후손들이 입도해 섬의 문화를 이뤘다”고 했다. 싱싱하고 큼직한 해산물에 양념을 듬뿍 버무리는 호남의 맛이 더해진 추자도 음식이다. 호남과 제주 맛의 시너지가 폭발한다.
여름 끝물이지만 추자도식 쥐치매운탕을 맛보았다. 고춧가루 마늘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인데 특이한 것은 곰삭은 배추김치와 파김치를 함께 넣는다는 것. 쥐치의 애가 국물 위에 동동 뜬다. 진득한 듯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김치를 넣고 끓이는 매운탕에 어울리는 건 쥐치뿐이란다.
섬에는 의외로 횟집이 많지 않다. 아직 관광지로 덜 알려졌기 때문. 주민들은 대접할 손님이 찾아오면 추자항의 ‘제일식당’(064-742-9333)으로 안내한다. 싱싱한 회와 함께 개운하게 끓여 낸 맑은탕이 일품이다. 손바닥만한 자연산 홍합이나 추자도식 쥐치매운탕 등도 맛볼 수 있다.
제주에서 추자도 가는 배는 하루 2번 뜬다. 제주여객터미널(2부두)에서 오전 9시 30분 출발하는 퀸스타2호와 제주항국제여객선(6부두)에서 오후 3시 출발하는 레드펄호가 있다. 파도가 높으면 결항되니 미리 체크해야 한다. 1666-0930, (064)720-8590
추자도=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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