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음성인식 서비스 ‘누구’
TV, 조명 등 가전제품 척척 제어
날씨 안내, 음악재생 기능까지
한국어 인식률 국내 최고 수준
이용자 데이터 쌓일수록 진화
“팅커벨,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 좀 들려줘.”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들려 드릴게요.”
“팅커벨, 이 노래 제목이 뭐야?”
“윤건의 ‘힐링이 필요해’ 입니다.”
사람이 아닌 기계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우리말을 알아 듣고, 사람처럼 대답할 수 있는 이 기기는 ‘팅커벨’‘아리아’ 등 미리 지정해 둔 이름 4개 중 하나를 부르면 곧 바로 깨어나 이용자와 대화를 나눈다. 조명을 꺼 달라는 등 간단한 명령은 아무 문제없이 척척 수행한다. 집안의 ‘로봇 비서’인 셈이다.
SK텔레콤은 31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누구’와 전용 기기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이용자가 말로 명령을 내리면 이를 수행하는 음성인식 서비스는 많았다. 그러나 누구는 AI를 탑재, 이용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더 정교해지고 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이용자가 원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뜻에서 이 서비스에 ‘누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정용으로 개발된 누구 전용 기기는 LED 조명을 탑재한 원통형 스피커(높이 21.5㎝, 지름 9.4㎝) 형태다. 조명이나 가전 제품과 연결돼 ▦가전 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ㆍ일정 안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이름을 부르면 LED 불빛을 반짝거리면서 깨어나 명령을 따른다. “내일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해당 지역 날씨를 들려주고, “TV 소리 크기를 줄여줘”라고 말하면 이를 수행하는 식이다. “팅커벨, 몇 살이니?”라는 질문을 던지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와 같은 농담도 할 줄 안다. SK텔레콤은 ▦인터넷 쇼핑, 배달 음식 주문 ▦실시간 빠른 길 안내 ▦간편 지식 검색 ▦뉴스ㆍ구연동화 낭독 등 고도화한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영상보기
음성인식 기반 ‘집안의 비서’는 2014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내놓은 ‘에코’가 최초다. 누구와 기능이 거의 같고 디자인도 흡사한 에코는 현재까지 3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그 만큼 이용자 데이터가 쌓여 음성 인식 정확도도 크게 향상됐다. 아마존은 에코의 기술 표준을 외부에 공개, 다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에코와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에코와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연동, “테슬라를 꺼내줘”라는 명령으로 테슬라를 차고에서 자동으로 출발시킬 수도 있다. 구글도 지난 6월 AI 프로그램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음성인식 단말기 ‘구글 홈’을 공개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I 비서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에 비하면 누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날 현장 시연에서는 몇 차례 오작동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어 인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누구만의 강점이다. 누구 개발을 총괄한 박일환 SK텔레콤 디바이스지원단장은 “독자 개발한 자연어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억양이나 사투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어 음성 인식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이용이 많아질수록 인식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누구의 기술 표준을 외부에 공개하고 외부 개발자와 협력해 연계 서비스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개한 가정용 기기뿐 아니라 차량용 기기와 신체부착형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내 놓고, 로봇 등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AI 산업을 선도하고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가정용 기기는 1일부터 인터넷쇼핑몰 11번가 등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24만9,000원이지만 10월 말까지 한정 수량을 60% 할인된 9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