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아일랜드가 미국의 다국적 기업 애플에 130억 유로(약 16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한 것이 부당하다며 이를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실제 추징이 이뤄질 경우 이는 유럽에서 시행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추징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가 다국적기업의 유럽본부 유치 차원에서 애플에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제공한 세금감면 혜택이 특정기업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EU의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세금 감면을 행한 아일랜드와 수혜기업인 애플 모두 EU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EU법원에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마그레테 베스타거 EU공정경쟁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가 자국에 진출한 애플에 130억 유로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부여한 것은 EU의 정부지원 법규를 위반한 불법사항이다”라며 “아일랜드는 곧바로 불법지원을 회수해야 한다”고 세금 추징을 명령했다.
EU집행위는 2013년 이후 3년 동안 아일랜드의 애플에 대한 세금 감면 의혹을 집중 조사해 2003년부터 10여년간 이뤄진 실제 불법행위를 밝혀냈다고 영 일간 가디언 등은 전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한 애플은 물론 미국 재무부까지 나서 “EU집행위가 일부 회원국의 정당한 다국적 기업 감세를 비판하고 있다”며 반박해왔다.
EU의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애플의 유럽시장 전체 이윤 가운데 1%에 달했던 세금부담률이 2014년엔 고작 0.0005%로 떨어졌다. EU집행위는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이 납부하지 않은 10년 간의 세금으로 130억 유로를 이자와 함께 추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EU의 결정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내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당한 세금을 전액 납부했으며 정부의 어떠한 특정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라며 “아일랜드는 납세자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U법원에 항소하도록 내각의 승인을 요청한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아일랜드가 안정적 투자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라며 “애플은 1980년대 이후 아일랜드에 있어왔고 수천명을 고용했다”고 강조했다.
당장 EU의 결정대로 애플에 세금이 추징될 경우 미국 납세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미국 정부와 EU의 갈등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미 재무부는 “EU의 조사가 미국의 기업을 특정해 노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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