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날 때마다 입에 오르는 게 동물들의 이상행동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행동이 지진의 전조를 암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들의 이상행동 뒤에 대지진이 일어난 예가 없지 않다.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떼지어 출몰한 지 사흘 뒤 9만여 명이 숨진 대지진이 일어났던 게 대표적이다. 1976년 30여만 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탕산 대지진 때도 직전에 수만 마리의 잠자리와 새들이 줄지어 날아가는 게 목격됐다. 삼국사기와 증보문헌비고에는 “경주의 못에서 잉어떼가 줄지어 다른 못으로 옮겨가더니 직후 지진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 그러나 이런 징후를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난 그 해 산둥성에서도 두꺼비 떼의 이동이 있었지만 지진은 없었다. 그나마 대부분의 지진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포함한 특이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전조가 있는 지진이 있고 없는 지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전조인지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연재해 중 지진의 예측가능성이 가장 적다 보니 이렇게라도 해서 지진을 예측해 보고자 하는 절박감의 발로인 듯하다.
▦ 지난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만 300명 가까이 희생됐다. 4살짜리 동생을 살리고 자신은 숨진 9살 소녀의 사연, 지진 지역 특산물인 파스타를 팔아 기부운동을 펼치는 전 세계 셰프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번 대지진도 그 전에 작은 지진들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하지만 두 개의 판(板)이 충돌하는 지진다발 지역이라는 점에서 긴박한 징후로 보기 어렵다. 작은 지진이 큰 지진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시차를 패턴화할 수 있어야 의미를 가진다.
▦ 이런 자연재해를 보면서 돌아보는 게 우리의 예보 능력이다. 최근 공주 금산 울산 등에서 일어난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올 여름 폭염예보조차 오락가락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가 이제는 전 세계적 기상이변을 탓한다. 그렇다면 장마철 예보 정확도가 선진국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기상청이 엊그제 예보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개선안을 또 내놨다. 맞는 처방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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