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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주자요? 고용불안 시달리는 노동자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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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주자요? 고용불안 시달리는 노동자일 뿐이죠”

입력
2016.08.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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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평가로 매년 5% 해고

“인간적 대우 못받는 연주자

감동 연주하는 건 어불성설”

지승렬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지회장은 “강제 해고된 연주자들은 다른 악단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업계 관행 탓에 새 직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승렬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지회장은 “강제 해고된 연주자들은 다른 악단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업계 관행 탓에 새 직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우아한 연주자의 삶이요? 매년 5%씩 잘려나가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일 뿐입니다.”

지승렬 서울시립교향악단 튜바 연주자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노조사무실에서 연주자들의 삶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0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한 이후 우리 재단은 매년 90여명의 단원들을 대상으로 상시 평가와 오디션을 실시해 하위 5%를 의무적으로 해고했다”며 “오디션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상시 평가와 오디션 비율은 어떤지 등 평가 관련내용이 대부분 대외비라 연주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악단을 떠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서울시향 연주자들이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6일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지회를 정식 출범하고 지씨를 지회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음악감독, 지휘자, 악장을 제외한 연주자 중 약 50%가 노조에 가입했다.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2005년부터 연주자들을 1~6등급으로 분류해 등급에 따라 1~3년 계약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년 5%씩 강제 해고해 온 관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실제 외국 오케스트라는 입단 이후 정년을 보장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단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임금 산정과 지급 방식도 노조 설립을 부추겼다. 지 지회장에 따르면 연주자들의 임금은 매년 평가 결과와 등급 변화에 따라 새롭게 산정된다. 그는 “특히 지난해에는 그나마 오른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가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연말에 소급적용을 해줬다”고 말했다. 지 지회장은 또 “올해 추가근로수당 역시 4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이후 7월에서야 지급했다”며 “이마저도 재단 측은 소송을 제기해 재단이 이기면 추가근로수당을 환수해 가고, 소송에서 지면 올해 임금 인상을 안 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단원협의회 등을 만들어 단원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재단 측에 알렸지만 소용이 없자 임금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노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재단이 내놓은 새로운 평가시스템은 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됐다. 2년간 하위 10%에 포함하는 단원들에게 임금의 80%만 지급하는 게 골자였는데, 단원들의 거센 반발로 현재 무산된 상태다.

노조가 평가 오디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지 지회장은 “현재의 평가시스템은 단원들 간 반목과 경쟁만 부추기는데, 이는 하모니가 생명인 오케스트라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평가시스템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시민들이 ‘귀족노조’라는 색안경을 끼고 서울시향 노조를 바라볼까 봐 우려했다. 지 지회장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연주자들이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느꼈다”며 “연주자들이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 서울시향 연주자들의 보수는 미국 중소형 오케스트라의 평균 연봉(7만달러 정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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