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대통령이 다음 정권은 자신의 손으로 만들겠다는 보도가 나온다. 유권자와 시민의 투표행위는 허수아비가 된다는 뜻일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One man with courage is a majority’(한 사람이 내뱉으면 그 말이 다수가 된다)는 왕조 시대에나 있는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21세기에 거침 없이 나오고 대중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니 ‘Goverments have long arms’, ‘Kings have long arms’라는 말이 떠오른다. 왕의 권한이 막강하여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은 왕권신수설이 나돌던 중세기에나 들을 법한 말이 아니던가.
왕이 자기 맘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시대는 ‘The King can do no wrong’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된다. 이는 ‘The King is not subject to the state laws’의 뜻으로서 ‘왕이 하는 일은 다 옳다’는 뜻이지 ‘왕은 옳지 못한 일을 할 수 없다’는 직역적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왕의 행위는 국가의 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Sovereign Immunity(군주의 면책 특권)를 갖게 되었다. 왕을 곧 법으로 여겼기 때문에 ‘What the king wills, that the law wills’라는 말이 나왔다. 영국은 아직도 왕의 제도를 갖고 있지만 명예혁명(1688-89)을 거치며 과거의 왕권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그러나 18세기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대왕(Frederick the Great)은 ‘My subjects and I have come to an agreement: they may say what they please, and I may do what I please’(백성들은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왕은 아무 행동을 해도 상관없다)라며 왕권을 상기시켰다.
우리의 경우 헌법 84조를 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는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통치와 행정으로 보는 견해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George Washington이 말한 ‘Government is not reason, it is not eloquence, it is force! Like fire, it is a dangerous servant and a fearful master’(정부는 이성 집단이 아니라 힘의 집단이다. 정부는 불처럼 위험한 머슴이고 무서운 주인이다)는 여전히 현실감이 있다. 최고 통치자에 대해서 ‘Our country, right or wrong’(좋든 싫든 우리나라)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The price of freedom is eternal vigilance’(자유를 지키려면 영원히 경계하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미국 3대 대통령 T. Jefferson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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