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5> 우변 흑돌이 안에 갇힌 모습이다. 아무리 봐도 바깥으로 탈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안에서 한 집을 더 만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마불사란 말이 있듯이 원래 고수들의 말은 쉽게 죽지 않는 법. 박정환이 일단 1, 3으로 나가 끊었다. 이세돌이 4, 5를 교환한 다음 6으로 계속 포위망을 조인 건 당연하다.
박정환이 7로 단수 쳤을 때가 문제다. 백이 흑을 잡으려면 <참고도> 1로 이어야 하지만 흑이 2, 4를 선수한 다음 6으로 중앙을 젖히면 백의 응수가 쉽지 않다. 일단 7로 백 두 점을 살려야 하지만 8부터 13까지 외길수순을 거친 다음 14, 16으로 덮어씌우면 거꾸로 중앙 백돌이 더 위험해진다. 게다가 우변 흑은 언제든지 흑A, 백B, 흑C로 두면 다음에 D로 한 집을 만드는 것과 E로 건너가는 게 맞보기여서 간단히 살 수 있다.
이세돌이 이 장면에서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흑을 잡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8로 물러섰다. 현명한 판단이다. 박정환이 9, 10을 교환한 다음 11로 백 한 점을 따내고 살았지만 12, 14가 놓이자 중앙의 주도권이 다시 백쪽으로 넘어 왔다.
박정환도 형세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15로 강하게 버텼지만 역시 무리였다. 당장 16, 18로 돌파 당해서 흑이 곤란하다. 결국 백이 아래쪽을 선수로 수습한 후 24로 위쪽 흑돌을 먼저 공격하게 돼서 바둑의 흐름이 확실히 백쪽으로 기울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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