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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 vs 국악 연주홀…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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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 vs 국악 연주홀…달라도 너무 다르다

입력
2016.08.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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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돈화문 국악당 내부 전경.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 돈화문 국악당 내부 전경. 세종문화회관 제공
비원 맞은 편 돈화문 국악당 외관. 세종문화회관 제공
비원 맞은 편 돈화문 국악당 외관. 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과 오페라의 기본적인 차이는? 현대음악에서 다양한 변주, 실험이 이뤄지며 정확한 구분이 어렵지만, 원칙은 마이크 사용 여부다. 마이크를 쓰는 뮤지컬 배우의 발성이 정확한 ‘딕션’을 자랑하는 반면 마이크를 쓰지 않는 성악가의 발성이 울림은 크면서 발음이 뭉개지는 이유다.

악기 연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악기 간 음량 차이를 마이크로 극복하면 키보드와 전자기타, 드럼을 똑같이 한 무대에 1대만 배치하면 되지만 이런 도움 없이 악기 소리를 객석 끝까지 전달하려면 음량 작은 악기는 숫자를 늘려야 한다. 관악기 1대에 바이올린을 20대씩 배치하는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편성을 생각하면 쉽다. 이때 공연장은 각 악기별 소리가 섞이는 ‘울림통’ 역할을 한다. 악기 종류, 연주법마다 적합한 공연장이 달라야하는 이유다.

마이크를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들려주는 연주홀이 서울에 잇따라 문을 연다. 19일 클래식 전용 공연장 롯데콘서트홀(2,036석)이 문을 연데 이어 9월 1일 서울 창덕궁 앞에 자연음향 국악 공연장인 서울돈화문국악당(140석)이 첫 선을 보인다. 11월에는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348석)이 재개관한다. 2013년 4월 문을 연 풍류사랑방에 이은 국악원의 두 번째 자연음향 공연장이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자연음향 공연장도 음악 장르에 따라 ‘좋은 음향’의 기준이 확연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명당도 당연히 다르다.

자연음향 공연장을 표방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지난달 시범 공연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자연음향 공연장을 표방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지난달 시범 공연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양악은 잔향, 국악은 명료도

우선 양악(洋樂)과 국악(國樂) 악기의 태생 배경이 다르다. 최준혁 상명대 뮤직테크놀로지과 교수는 “서양은 가옥이 크고 석재, 목재 같은 재료를 써 주거 공간에 울림이 많은 반면 한옥은 훨씬 작은데다 사방이 흙과 서까래로 채워지기 때문에 흡음재가 없어도 울림이 거의 없다. 이런 환경에서 각 악기가 발전해 왔다”고 설명한다.

클래식 악기는 공간 울림을 최대한 활용한다. 현악기가 대개 활을 이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편곡도 연주음이 블렌딩되는 방식을 쓴다. 반면 국악기인 가야금, 거문고는 현을 손으로 튕겨 명료한 소리를 내는데 방점을 둔다. 악기별 소리도 거의 섞이지 않는다. 최 교수는 “클래식 공연장이 2,000석 넘는 대규모로도 지어지는 반면 자연음향 국악 공연장은 100석 내외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양악 연주홀의 경우 긴 잔향을 좋은 음향의 첫째 조건으로 친다면, 국악 연주홀에서는 명료도를 우선한다. 한찬훈 충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잔향이 길면 음이 여유롭고 풍부하지만 국악 감상에는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꼽은 잔향 기준은 양악은 1.4초 이상, 국악은 0.8~1.0초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국악 연주홀의 적정 잔향을 0.6초로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잔향이 2.0초, 롯데콘서트홀이 2.6~3.1초인데 비해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1.3초, 돈화문국악당은 0.9초로 훨씬 짧다.

반면 이상적인 음의 명료도(1,000분의 80초 안에 들어오는 음의 에너지, 이후 들어오는 음의 에너지 비율)는 국악이 0㏈ 이상, 양악이 -3~1㏈로 국악이 훨씬 높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의 명료도는 0.11~2.53㏈다.

국립국악원 우면당 리모델링 후 예상도. 30년 만에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11월에 개관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우면당 리모델링 후 예상도. 30년 만에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11월에 개관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양악은 중간, 국악은 무대 앞

‘스테레오’로 들리는 양악은 잔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음악으로부터 둘러싸인 느낌’ 즉 풍부한 공간감을 꼽는다. 반대로 ‘모노톤’의 국악에서는 공간감이 적어야 한다. 저음이 잘 들릴수록 공간감이 좋은데, 120~250㎐ 저음의 잔향과 500~1,000㎐ 중고음 잔향 비율이 서양음악은 1.2, 국악은 1.0을 이상적인 연주홀로 꼽는다.

음향 좋은 좌석 역시 양악과 국악이 다르다. 양악은 객석 정중앙과 벽을 피한 중간 자리가 가장 좋다. 정중앙은 소리 확산감이 적고, 벽과 가까운 자리는 반사음의 지연시간이 짧아 음색이 변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 음향 상태가 가장 나쁜 자리는 발코니 밑 부분이다. 천장이나 벽의 반사음을 이용할 수 없어 음량이 적은데다 잔향시간도 짧고 확산음도 적다.

국악 연주는 음량이 작고, 블렌딩 현상이 적기 때문에 ‘무대 바로 앞’이 가장 좋다. 음향 전문가인 두세진 박사는 “관객이 서양음악을 들을 때는 측면에서 반사음이 오는 걸 좋아하지만 국악은 반대로 정면에서 바로 전해지는 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국악 공연장의 경우 100~300석 소규모이기 때문에 발코니석이 아예 없다.

*충북대 한찬훈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음향특성 연구보고서’(2014)

마이크 써온 국악기 개량 필요

국악의 경우 연주홀 만큼이나 악기와 편성 개선도 필요하다. 국악 전문 연주홀이 서양의 콘서트홀처럼 오케스트라, 실내악, 독주 등 장르를 세분화해서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연주홀 음향 측정 때 가야금 연주가 피리 소리에 완전히 묻히는데도 연주자들이 자기 연주만 하더라. 피리 한 대에 가야금 여러 대를 편성하든지, 피리에 약음기를 달아 음량을 줄이든지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개선 없이 자연음향 공연장이 지어져 막상 연주자들이 마이크 없이 연주하는 걸 겁낸다”고 지적했다.

국악기 중 음량이 큰 피리, 꽹과리, 징 등은 원래 야외에서 연주하던 걸 실내 공연장으로 들여 온 경우다. 문제는 ‘사랑방 악기’인 가야금 거문고와 징, 피리가 서양식 공연장에서 함께 연주되면서 악기별 음량 편차를 마이크로 손쉽게 해결하는 게 관행이 됐다는 점이다. 국악 ‘라이브’ 연주를 굳이 스피커를 통해 들어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반복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 문을 여는 돈화문국악당은 독주와 10인조 내외 국악 앙상블 공연을 주로 연다는 계획이다. 양악으로 치면 실내악 공연을 지향하는 셈이다. 국립국악원은 9월 6일 예술의전당에서 국악관현악 음향평가회를 열어 7곡을 선보인 뒤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들어 ‘마이크 없이’ 연주할 수 있는 국악관현악곡을 만들 계획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국립국악원 우면당 외관. 30년 만에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11월에 개관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우면당 외관. 30년 만에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11월에 개관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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