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朴대통령 역사 정치쟁점화 비판, 5ㆍ18, 4ㆍ3 기념식 참석 요구도
이정현 대표ㆍ김재원 수석엔 “민심 경청해 靑에 제대로 전달을”
“우리 믿고 단식 중단을” 세월호 유족 만나 눈시울 붉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민생과 통합, 역사, 민심 행보로 첫 당대표 일정을 시작했다. 민생과 통합은 당 운영의 핵심 가치를, 역사와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ㆍ새누리당과 관계 설정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강한 야당’을 외쳐온 추 대표가 박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확실히 각을 세우면서 청와대ㆍ여당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추 대표는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적었다. 이어 김대중ㆍ김영삼ㆍ박정희ㆍ이승만 4명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시대마다 그 시대 과제가 있는데 오늘날은 민생을 살려라, 국민이 하나가 돼라, 통합하라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를 달리하는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동등한 예우가 통합의 메시지라는 뜻이다. 처음 주재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출근길에 본 쌍무지개 얘기를 꺼내며 “민생과 국민통합을 고리로 희망을 주는 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당 밖 문제를 논의하면서는 추 대표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추 대표는 먼저 박 대통령의 역사관을 문제 삼았다. 그는 “박 대통령은 3년 연속 불참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이명박ㆍ박근혜정부가 8년간 한번도 안 간 제주 4ㆍ3기념식에 참여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있는 그대로 밝히고 독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공과를 냉정히 하는 것은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대표의 역사 발언은 오후 서울 효창공원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김구 선생의 기상을 일으켜 지혜를 모으는 역할을 해보겠다”며 “어느 나라든 불의에 맞선 역사는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마침 이날이 일제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일(1910년 8월29일)인데다 역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청와대, 여당의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서는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친박 핵심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귀 역할인 민정수석을 앞에 두고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추 대표는 ‘58년 개띠’ 동갑내기인 이 대표에게 “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전할 테니 저의 목소리를 국민의 소리로 생각해 경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도 “명심하겠다”면서 “저도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만은 부탁도 많이 하고 사정도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대표 취임 축하난을 들고 찾아온 김재원 수석은 “최선을 다해 언제든지 말씀을 대통령께 올릴 것이니 하고 싶으신 말씀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
추 대표는 첫 민생 현장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았다.
추 대표는 유경근 4ㆍ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집행위원장을 만나 “세월호 대책위원회를 당대표 지휘 아래 꾸리겠다”며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 국회 안에서 청문회에 대한 공감대가 있으니 믿으시고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추 대표는 유가족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위로했으며 간간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편 추 대표는 사무총장에 3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갑)을, 정책위의장에 3선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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