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달 現 한국법인 대표만 출석
모르쇠로 일관해 비판 여론 고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비협조와 모르쇠로 일관해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옥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특위 청문회에 영국 본사 핵심 관계자 13명의 출석을 무더기로 거부했다. 옥시는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현 옥시레킷벤키저 코리아 대표를 청문회에 보냈지만, 그는 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니아딘(PHMG) 성분이 들어간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일은 영국 본사가 옥시를 인수하기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 정확히 답변 드리기 어렵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여야 특위 위원들은 추가 정황을 제시하며 옥시 본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이어갔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2001년 본사 연구원이 ‘가습기당번’의 흡입독성 실험을 중단하고 그 자료를 영국으로 넘기라고 했다”며 본사가 사건 초기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도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이후 흡입독성 실험을 중단시킨 의뢰자가 옥시 한국법인 직원에서 본사 연구원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명백하게 영국 본사의 주도 아래 사실 은폐가 이뤄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프달 대표는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또다시 즉답을 피했다.
특위의 영국 본사 공개 조사를 거부한 옥시의 해명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옥시는 특위의 영국 본사 방문 요청에 대해 ‘영국 정부의 지침’을 거론하며 거부했다”며 “그러나 주한 영국대사관은 지난 24일 ‘우리는 어떠한 지침을 내린 적 없다’는 취지의 답신을 특위에 보냈다”고 지적했다. 사프달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모르지만, 본사가 방문 방식에 대해 오해를 한 것 같다”고만 대답했다.
특위는 옥시의 법률 자문을 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 생식독성실험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옥시가 의뢰했던) 연구의 중간결과 발표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가 참석했고 관련 내용을 모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김앤장은 2014년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이 부분 내용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앤장을 대표해 청문회에 출석한 장지수 변호사는 “변론 중인 부분이라 말하기 어렵다”고만 답해 특위 위원들로부터 현장에서 퇴장 조치됐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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