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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선명해도 불편” UHD TV가 넘어야 할 3D TV 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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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선명해도 불편” UHD TV가 넘어야 할 3D TV 실패의 교훈

입력
2016.08.29 20:00
0 0

화소ㆍ해상도 향상과 비례적으로

시청자 만족도 늘어나는 추세서

도리어 과도한 몰입^착시 “불쾌”

전통적 수용자 “TV는 여가 수단”

전용 콘텐츠 몰입 유도 실패하면

UHD TV 미래는 어두워질 전망

기술 강조 3D 낮은 선호 거울삼아

증강현실과 현실세계 결합하는

사용자 일상 참여 유도할 필요

신동희 교수(성균관대학교대학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학과장)

새로운 TV기술의 발달은 종종 시청자의 거부감을 양산한다. 반드시 현실과 일치하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만이 뛰어난 미디어는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TV기술의 발달은 종종 시청자의 거부감을 양산한다. 반드시 현실과 일치하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만이 뛰어난 미디어는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은 1970년 세계적인 로봇 학자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갑자기 하강 곡선을 그리고 결국 강한 거부감이 크게 두드러지는 ‘역효과 현상’을 설명한다. 거의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 실제로는 인간과는 달리 과도하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인간도 그런 로봇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다는 점을 함축하는 이론이다.

이 고전적인 로봇이론이 근래의 가상현실,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HDTV 등 스마트 미디어 영역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초고선명 텔레비전(UHDTV)에 대한 수용자의 부적응과 거부감을 설명할 때 주로 언급되곤 한다.

대중적 영상기기 가운데 최첨단으로 꼽히는 UHDTV는 화소와 해상도의 향상에 따라 비례적으로 시청자의 만족도가 증가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자 오히려 현실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스크린에 대한 거부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에 가까운 영상이 사용자에게 과도한 몰입과 착시를 일으켜 인간과 TV가 상호작용하며 감정을 도출해야 하는 TV커뮤니케이션이 낭패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선명한 UHDTV가 사용자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과 완전히 결별하는 몰입의 불편

개발자와 기업은 대체로 UHDTV가 보다 적극적인 수용자에게 새로운 TV 플랫폼으로서 매력적이라고 여기지만, 정작 대부분 수용자는 UHDTV를 대단한 기술적 집합체로 인지하지 않고 단순히 고전적 TV의 변형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 다시 말해 UHDTV의 콘텐츠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린 포워드(Lean Forward)’소비자가 되기보다 소파에 누워 수동적으로 영상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린 백(Lean Back)’ 미디어로서만 UHDTV를 선호할 수 있다는 얘기다. UHDTV가 여러 신기한 기능과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몰입을 제공하지만, 수용자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나 몰입보다 여전히 TV를 오락, 휴식과 같은 여가의 수단이나 편안한 기분전환의 고전적 TV기능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의 미디어 수용자들은 생각만큼 극사실화되는 스크린에 몰입하기 원하지 않는다. 여전히 TV를 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아 ‘TV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로 빠져들지 않는다. 밥을 먹으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가족과 얘기하면서 작업 중 틈틈이 시선을 돌려 TV를 볼 뿐이다.

현실을 다 잊고 완전한 몰입을 위해 UHDTV속으로 빠져들게 할 만큼 대단한 전용 콘텐츠가 나와 시청자들의 이 같은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다면 다분히 개인적인 몰입을 필요로 하는 UHDTV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선진국의 미디어업계는 날로 실체와 닮아가는 UHDTV기술을 수용자가 십분 활용하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적정한 ‘몰입’기술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벽한 몰입은 과연 필요하고 가능한가

진정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TV의 화질을 선명히 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의 기술적 바탕 위에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을 확실히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다. 즉 물아일체, 무아지경, 황홀경 같은 환상적 체험을 주는 것 보다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전해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게임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포켓몬 고(Pokemon Go)와 같이 증강현실과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어떤 콘텐츠를 적절한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최적의 경험은 특별한 조건 아래서가 아닌 사용자의 일상에서 일어난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시청 형태의 콘텐츠에 게임과 같은 사용자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참여형 서비스를 융합하는 것이 UHDTV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UHDTV산업을 세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선 할리우드 영화 콘텐츠가 초고선명 동영상 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UHDTV가 사용자경험을 북돋우는 콘텐츠 중심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신규 동영상플랫폼 사업자들이 20세기 폭스ㆍ워너 브러더스ㆍ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제휴하여 UHDTV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3D TV의 대중화 실패가 주는 교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미디어에는 상호작용, 몰입, 현존감에 있어 모두 ‘적정 수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여러 적정의 조건들이 조합을 이룬 것이 다시 말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전해주는 미디어가 된다.

최적의 경험을 간과하고 표면적인 몰입감, 현존감 등 기능만을 향상시킨다면 사용자의 선호도, 만족감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TV의 화질이나 현실감은 뛰어나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어지러움, 눈의 피로, 안경착용의 불편함, 장시간 시청에서 오는 역겨움 등으로 실제 3D TV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3D TV는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매력적인 기술의 집합체일 뿐이지, 일상에서 자주 애용하는 기기로서 수용되기 부족했던 미디어였다. 시청자들은 3D TV의 출현을 신기하게 지켜보다가 막상 경험해보니 그다지 구입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시청자가 즐기는 몰입은 해상도, 색상, 오디오 수준 등 기술의 수준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3D TV의 뒤를 이어 TV의 새로운 첨단이 된 UHDTV가 지향하는 몰입 경험은 팬시한 빅스크린을 만드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초고화질 콘텐츠를 편안하고 적정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도모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는 TV를 보면서 TV만을 보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며, 일을 하며, 통화를 하며 즐길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청자는 TV를 보면서 TV만을 보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며, 일을 하며, 통화를 하며 즐길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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