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박지원 첫 만남부터 기싸움
두 사람 다 DJ와 각별한 인연
치열한 야권 주도권 경쟁 예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동행 첫 날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두 야당 대표는 겉으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야권통합’과 ‘친문(親文)당’이라는 예민한 단어를 거론해 향후 치열한 야권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29일 추 대표가 당선 인사 차 박 위원장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먼저 “추 대표가 21년 전 김대중 총재님 찾아 뵙고 입당하던 모습이 그제 같은데 당 대표가 돼 기쁘고 반갑다”며 “두 당이 함께 돕고 때로는 경쟁을 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추 대표가 입당서를 쓸 당시 현장에 김 전 대통령과 동석한 추억을 거론하며 자신의 정치적 연륜이 앞서고 있는 점을 은연 중에 내비친 것이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제가 (2012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때 시청광장 행사장에서 민주계를 대표해 (추 대표에게) 최고위원 출마를 권했다. 그날 밤 (추 대표가) 프라자 호텔 뒤 음식점에서 의원들과 담소하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겹친다”는 회상을 올렸다.
추 대표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21년 전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회상하시면서 대표된 것을 축하해 주니까 감개무량하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님의 뜻을 잘 아시는 박 위원장이시니까 그의 마지막 유언처럼 꼭 (야권을) 통합해 국민을 편하게 해 드리자”고 응수했다. 추 대표의 뼈 있는 말에 박 위원장은 “처음부터 한 방 먹이시는데”라고 웃어 보였다. 이후 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내일 (김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하는데) 추 대표님이 오늘 (묘역 방문 당시) 뭐라고 하고 오셨는지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여기서도 “(김 전 대통령이) ‘추미애 말이 맞다’고 해 주실 듯”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당은 달라졌지만, 추 대표는 최근까지도 동교동계로 대표되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만남을 이어오는 등 DJ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야권에선 이날의 신경전을 추 대표가 DJ 정치의 적통을 강조하는 박 위원장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통해 존재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드 배치 등에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김종인 체제와 달리 추미애 체제는 선명한 야당을 표방하고 있어 국민의당과 외적인 공조는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 세력에 대해 반감이 큰 국민의당의 감정을 고려하면, 대선 국면에선 두 당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이날 추 대표와 회동 뒤 친문 성향의 추 대표 당선 의미에 대해 “친문당이 친문당이 된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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