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앞서 30여분 최종 변론
찬반진영 20명씩 의회서 발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브라질 상원에 출석해 “나의 양심은 결백하며 어떤 범죄도 저지른 적 없다”고 탄핵의 부당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에서의 최종 변론에서 “탄핵을 당할 위법행위를 저지른 적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제기한 재정회계법 위반에 대해서는 “국영은행 자금을 사용한 것을 사실이지만 과거 정부들도 같은 방법으로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고 맞섰다. 브라질 상ㆍ하원은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회계조작을 했다”며 탄핵을 시작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루이스 아니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좌파 성향 정치ㆍ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호세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며 지지를 표시했다. 상원 외부에서는 수백명의 호세프 지지자들이 몰려 탄핵 반대를 외쳤다.
호세프 대통령의 최종 변론을 시작으로 상원은 토론과 표결을 진행해 이르면 31일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토론에는 탄핵 찬반 진영에서 각 20명씩 초대된 인사들이 연단에 올라 견해를 밝힌다. 호세프 지지 진영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가수 겸 소설가 시쿠 부아르키 등이 포함됐다. 반대 진영에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자유브라질운동’ 관계자 등이 발언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표결은 상원의원이 한 명씩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식으로 진행된다. 81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2인 54명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호세프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온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남은 임기(2018년 말)를 채운다.
현지 언론들은 탄핵안 통과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현재 상원의원 81명 중 탄핵을 찬성하는 의원은 43~45명으로 반대는 18~19명이며, 나머지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58%가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힐 정도로 여론도 호세프에 부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의회가 재정회계법 위반을 이유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작했지만, 실제 원인은 브라질 최악의 경제난과 국영 석유회사 관련 부패 스캔들 연루 등이 꼽힌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탄핵에 맞서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호세프가 속한 집권 노동당의 베네사 그라지오틴 상원의원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조용히 대통령을 보내지는 않겠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정국을 주도하는 테메르 부통령과 제1당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의원 다수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호세프가 탄핵 되더라도 노동당의 반발로 정국 안정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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