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리야 쭈타누깐/사진=LPGA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결정적인 순간 항상 한국 선수들에게 발목이 잡히던 설익은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이 더 이상 아니다. 지난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맛본 뒤 불과 3개월 만에 우승컵을 5개나 쓸어 담으며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의 호적수로 당당히 등극했다.
쭈타누깐은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프리디스 그린스 골프장(파72·6,68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 오픈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가 된 쭈타누깐은 김세영(23·미래에셋)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시즌 5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쭈타누깐은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무릎 통증으로 기권한 아쉬움을 단 9일 만에 털어냈다. 올림픽에서 당한 다리 부상 여파로 왼쪽 허벅지에 테이핑을 감고 경기에 나선 탓에 불편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전혀 흔들림 없는 샷을 과시했다. 경험이 붙은 쭈타누깐의 평정심은 또 다른 무기다. 한때 본인의 활달한 성격과 달리 워낙 막판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많이 당해 새 가슴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사실을 믿기조차 힘들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최근 5번의 대회에서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뒷심을 펼쳤다.
이로써 쭈타누깐은 시즌 4승의 리디아 고를 제치고 LPGA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우승 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8,000만원)를 보태며 시즌 상금을 207만 달러(23억3,000만원)로 늘려 약 233만 달러(26억3,000만원)의 리디아 고를 압박했다. 상금 200만 달러 돌파는 시즌 두 번째로 바야흐로 리디아 고-쭈타누깐 양강 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우승으로 2016 LPGA 올해의 선수는 둘의 경쟁으로 압축됐다는 전망이다.
쭈타누깐의 저력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지난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둔 그는 최근 10개 대회에서 5번의 우승 및 7차례나 3위 이내(준우승 1회, 3위 1회)의 성적을 거뒀다. 기술적으로는 장타자이면서 자신감이 붙으며 쇼트게임까지 강해져 롱런을 예감케 하고 있다.
LPGA는 10개 대회만 남겨뒀다. 9월 15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비롯해 중국·대만·한국·일본·말레이시아를 도는 아시아 투어와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이 뒤따른다. 관전 포인트는 리디아 고가 박인비(28·KB금융그룹)에게 그랬듯 쭈타누깐이 리디아 고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여부다. 체력이 변수인데 쭈타누깐으로선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시아로 돌아오는 것이 반갑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마지막 날 7타를 줄이는 추격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19언더파 269타로 전인지(22·하이트진로)를 제치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전날 선두 쭈타누깐에 2타 뒤진 2위였던 전인지는 3위(16언더파 270타)에 머물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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