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주요 유권자 계층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가장 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발표된 ‘퍼블릭 릴리전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가톨릭 신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32%에 그친 반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55%를 기록했다고 28일 전했다. 이 신문은 이달 초 발표된 ABC 뉴스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61%)의 가톨릭계 지지율이 트럼프(34%)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선택 투표’ 행태를 보여온 미국 가톨릭계의 ‘클린턴 쏠림’현상에 주목,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밋 롬니(48%)와 민주당 버락 오바마(50%) 대통령의 차이는 2% 포인트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그 격차가 10배 이상까지 확대된 상태다.
가톨릭은 미국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미국 대선의 향방이 크게 좌우된다. 가톨릭 유권자 수는 유색인종 전체 유권자 비율인 28%에 버금가는 규모이기도 하다.
가톨릭 표심의 민주당 쏠림 현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정면으로 맞서는 등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올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 장벽 공약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면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비판하자 즉각 “종교 지도자가 남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건 수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교황 비난은 로버트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 등 미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지성 30여명의 반 트럼프 선언으로 이어졌다. 당시 30여명 지식인들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의 공약과 선거 운동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를 저속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는 테러 혐의자에 대한 고문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을 주장하며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가톨릭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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