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관가, 기대ㆍ우려 섞인 정치권
부처별 설명회ㆍ매뉴얼 제작 한창… 권익위엔 3만건 질문폭탄
“권익위도 잘 몰라, 결국 닥쳐 봐야 알 것” 최대한 조심
사정기관 기획단속설에 “시범케이스론 걸리지 말자” 불안감
선거법에 단련된 정치권선 오히려 후련해 하는 분위기도
“학부모가 담임에게 커피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 주면 위법이라면서요? 그럼 타 부처 공무원이 예산 협의하러 오면서 수고한다고 커피 한 잔 사 오면 어떻게 되나요?”
다음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는 ‘김영란법 케이스 스터디’에 한창이다. 어떤 경우 위법이고 어떤 경우 합법 범주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각 부처는 전직원 상대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체 감사를 강화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범 케이스’로 걸리는 일은 절대로 피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관가는 김영란법 ‘열공’ 중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은 이달과 다음달 직원 대상 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의문사항을 취합해 안내책자(매뉴얼)를 만들 계획이다. 기재부처럼, 감사 담당자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고 온갖 경우의 수를 상정해 위법ㆍ합법 여부를 시뮬레이션하는 곳도 있다. 한 부처 감사 담당자는 “국민권익위원회로 몰린 김영란법 문의가 3만건에 달해 담당 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만반의 준비에도 일선의 궁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기재부에서는 예산실 쪽에서 질문이 많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인이 예산실에 편성을 부탁하는 행위가 부정청탁 유형에 들어가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 부처들은 국정감사 준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공무원과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은 누가 봐도 업무 연관성이 높은 관계인데, 김영란법을 따르자면 이들에게 어떤 대접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권익위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 봐야 어떻게 될지는 결국 닥쳐 봐야 안다”며 “처벌 사례가 어느 정도 쌓이기 전까지 최대한 조심하면서 흘러가는 분위기를 유심히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민원서 해방” 기대감도
정치권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단련돼 왔다는 점에서 우려는 덜한 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지역 민원에서 해방될 것이란 기대감, ‘갑질’을 그만둬야 한다는 상실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보좌관은 “지역 유력인사부터 동료 의원까지 병원 스케줄 좀 잡아 달라는 ‘병원 민원’이 워낙 많은데 앞으론 당당히 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의 보좌관은 “외부 청탁에서도 자유롭겠지만 앞으로 내 민원도 못 하는 것 아니냐” 고 했다.
민원 내용이 법에 저촉되는지를 놓고 민원인과 정치권이 충돌하는 사태도 예상된다. 여당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이 김영란법에서 제외됐다고들 말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 한해서만 예외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라며 “기껏 뽑아줬더니 이것도 못 해주냐는 호통과 실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