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시 등록 지문과 일치
“저도 황당하네요.”
지난 25일 오후 11시 고교 1학년 김모(17)군은 서울 구로경찰서 로비를 서성이며 아직 조사가 덜 끝난 초등학교 동창인 다른 김모(17)군을 기다렸다. 김군이 경찰서를 찾게된 사연은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5월11일 새벽 친구 김군(당시 만 13세)은 구로구 온수동에 있는 상가 주차장에 들어가 11인승 승합차를 훔쳤다. 차 안에 열쇠가 꽂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시동을 건 뒤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그는 역곡동에 들러 김군을 태우고 서울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차를 버렸다.
이튿날 승합차 주인 임모(38)씨는 차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다. 차를 분실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주ㆍ정차 위반 신고가 들어 왔고, 도난 차량의 위치가 확인됐다. 온수동에서 10㎞나 떨어진 양천구 신월동이었다. 경찰은 절도범의 단서를 찾기 위해 차량 내부를 샅샅이 훑다 백미러에서 가까스로 지문 하나를 채취했다. 그러나 김군 등이 미성년자였던 탓에 지문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았고 더 이상 범인 흔적도 추적할 수 없었다. 두 동창생의 범행은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남는 듯했다.
3년이 흘러 만 17세가 된 김군은 지난 달 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러 동사무소에서 지문 날인을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는 돌연 경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다. 경찰이 지문자동 검색시스템을 통해 백미러에 남겨진 지문과 등록된 김군 지문이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경찰서로 불려 나온 김군은 “차를 훔친 건 다른 사람”이라며 친구 김군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곧 경찰에 소환된 친구 김군은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다. 구로서는 그를 절도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려 했으나 범행 당시 나이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 해당돼 내달 초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군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친구 김군은 현재 오토바이 등 3건의 절도에 연루돼 법원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절도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성인 못지않게 촉법소년들의 범행이 대담해지고 있어 적극적인 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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