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ㆍ佛 등 금융사 상환유예 동의
3년 6개월간 4,700억 절감 효과
최대 선주사와 용선료 재조정 합의
한진그룹 “해운 살리기 위해 최선”
채권단 “원칙에 변화 없을 것”
국적 1위 선사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을 좌우할 선박금융 채무상환 유예와 용선료 재조정 협상이 막판 큰 진전을 이뤘다. 한진해운 청산이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내 해운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채권단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 HSH노르드 방크와 코메르쯔 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들이 선박금융 채권 상환 유예에 대한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 금융기관들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한진해운 선박금융 해외 채권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들의 상환유예만으로도 향후 3년 6개월간 4,700억원의 자금조달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해외 금융기관들의 상환 유예 결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선주들과의 용선료 재조정도 최대 선주사 시스팬이 산업은행의 동의(한진해운 생존)를 조건으로 합의하며 사실상 완료됐다. 용선료 재조정 성공으로 한진해운은 앞으로 3년 6개월간 8,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해외 금융기관과 선주까지 한진해운을 살리는 쪽으로 돕고 나서자 정부와 채권단에 한진해운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그 동안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조양호 회장의 주도 아래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2013년 이후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해 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배임 논란과 계열사 부실 동반 우려 속에서도 추가로 그룹 차원에서 5,000억원의 자구안을 내놓는 등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붕괴될 경우의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해운동맹에 속해 영업을 하는 해운사의 특성상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 동맹 퇴출과 청산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한진해운의 매출 소멸 및 부산항 등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국내 해운ㆍ항만업계는 17조원이 넘는 피해를 볼 것으로 점쳐진다.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도 3조원이 넘는다. 30년 넘게 구축한 글로벌 영업망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국가 신인도가 추락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상당하다.
은행들 역시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회사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총 1조200억원으로, 산업은행(6,660억원)과 KEB하나은행(890억원) NH농협은행(850억원) 우리은행(690억원) 등이 주요 채권자다. 다만 은행권은 예상되는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미 충담금으로 쌓아둔 터라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한 기관ㆍ개인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6월말 기준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는 1조1,891억원으로 공모사채가 4,210억원, 사모사채가 7,681억원 규모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낮고, 기관 투자자도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며 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상환유예는 이미 성공을 전제로 부족자금(1조~1조3,000억원)을 산출, 채권단의 판단에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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