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ㆍ27 전당대회에서 5선의 추미애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추 신임 대표는 대의원 현장투표나 당원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로 경쟁 후보인 이종걸 의원과 김상곤 전 당혁신위원장을 압도했다. 야당 사상 첫 대구경북(TK)지역 여성 대표라는 기록 못지 않게 세계 추세에 뒤떨어진 우리의 남성 중심적 정치문화에서 또 하나의 여성지도자 탄생을 보는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살얼음판 같은 국내외 환경과 3당 체제의 정치지형, 분열적 요소가 적지 않은 당내 상황 등에 비춰 그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추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선명하고 강한 야당”을 내세웠다. 정부ㆍ여당 견제가 야당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야당 우위의 3당체제에서 여야 대치에 따른 국정, 의정 마비에 대해 국민의 우려 또한 크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유보했던 더민주의 안보실용 노선에 대해 추 대표는 곧바로 반대당론 채택을 공언하는 등 당 정체성 강화를 겨냥한 좌클릭 경향성을 보였다. 야당 정통성의 토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하도록 주문해온 바와 같이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적절한 균형감각과 타협의 정신을 배척한다면 국정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당면 과제인 정권 교체가 반대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추 대표가 강조한 “당의 강력한 통합” 역시 말로만 이뤄질 수 없다. 친문재인 세력의 전폭적 지원 아래 당선된 만큼 공정한 대선 경선을 담보해낼 수 있는지 의문과 우려가 당내에 적지 않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친문 패권주의로 당이 쪼개지는 상처를 경험했다. 추 대표가 관리하게 될 대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경쟁상대였던 이종걸 의원은 “특정후보의 대리인이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 경선 흥행 실패는 물론 폐쇄적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ㆍ비문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됐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실효적 조치를 구현해 나가기 바란다.
추 대표는 5선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강성 이미지가 도드라졌다.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의정활동과 국정운영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당 내외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나가야 하는 제1 야당의 당 대표 자리에서는 달라야 한다. 사자 같은 용기는 물론이고 여우 같은 지혜를 겸비한 리더십으로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동시에 국민 신뢰를 쌓아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길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