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종목을 수시로 옮겨가며 주가를 조작하는 일명 ‘메뚜기형’ 시세조종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은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전업투자자 김모(43)씨와 김씨를 도운 국내 유명증권사 부산지역 임원 이모(50)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 사무실 직원 전모(48)씨 등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구에서 주식매매 사무실을 운영하며 34개 종목에 대해 36만회(1억4,600만주) 상당의 시세조종 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49억4,5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거래량이 적고 주가가 급락한 중ㆍ소형 주식을 점 찍어 저가에 매수한 뒤 직원들과 함께 1인당 3,4대의 컴퓨터로 40여개 계좌에서 시세조종 주문을 일괄 제출해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이들은 대량매수 주문으로 종가를 올리고 이튿날 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외 매수 주문을 다시 제출해 전일 종가 이상으로 주가를 높이는 행위를 반복했다. 또 지인에게 “계좌를 가져오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확보하고, 컴퓨터마다 서로 다른 인터넷 회사에 가입하는 등 시세조종을 감추기 위한 치밀함도 보였다.
증권사 임원 이씨는 김씨의 요청을 받고 2013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고객 계좌 2개를 이용해 김씨 일당이 주가를 조작한 7개 종목에 대해 상한가 주문을 하는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이씨는 이렇게 빼돌린 7억1,300만원 중 1억1,800만원을 성공 대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김씨 일당이 범행에 동원한 일부 계좌가 이상매매로 증권사의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계좌에서 이상매매가 반복적으로 적발될 경우 기간과 관계없이 바로 수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