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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중계권 강탈’ 구리 당구월드컵 파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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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중계권 강탈’ 구리 당구월드컵 파행 위기

입력
2016.08.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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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삼현 대한당구연맹 신임 회장. 대한당구연맹 제공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신임 회장. 대한당구연맹 제공

국내 최대의 당구 국제대회인 2016 구리 3쿠션월드컵이 독점 중계권을 둘러싼 잡음으로 파행 위기에 놓였다.

오는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구리시체육관에서 예정된 이번 대회는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5~6개의 월드컵 가운데 국내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 국내외 톱랭커들이 총출동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당초 이 대회의 독점 중계권은 빌리어즈TV가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개국한 빌리어즈TV는 24시간 당구전문 방송채널로 당구 저변 확대에 이바지해 지난해 2월 대한당구연맹과 2018년 2월까지 3년간 국내 대회 및 국내 개최 월드컵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세계당구연맹(UMB)은 올 4월 돌연 프랑스에 본사를 둔 국내 모 당구콘텐츠 기업과 2019년까지 또 다른 독점 계약을 맺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 기업은 당구 인터넷 영상제작업체로 빌리어즈TV에 해외 개최 월드컵 및 세계선수권대회 중계권을 팔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UMB와 이 기업은 국제대회에 국한된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에 관한 독점 계약으로 발표했지만 빌리어즈TV 소유의 국내개최 국제대회의 중계권까지 ‘강탈’해간 셈이다.

이에 대해 UMB는 “미디어룰이 바뀌었다”는 말로 일관하며 뚜렷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UMB의 국내 당구 시장과 빌리어즈TV에 대한 견제는 올 2월 회장이 바뀌면서 시작됐다는 게 당구인들의 전언이다. 파루크 바르키(이집트) 회장은 지금껏 개최국 연맹이 가지고 있던 미디어 판권 사업권을 독단적으로 UMB 소유로 변경하면서 대한당구연맹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키 회장이 한국 당구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건 1,2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국내 당구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세계 톱 랭커에 국내 선수가 다수 포진해 있고, 지난해 LG가 시작한 대기업의 스폰서십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당구전문채널인 빌리어즈TV가 등장해 시청률 고공비행을 계속하자 각종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구인은 “국내 당구 시장이 블루칩으로 떠오르자 어떤 식으로든 이권 개입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대한당구연맹의 부적절한 처신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UMB의 횡포에도 이렇다 할 항의조차 마다한 채 “상위 단체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당구인은 “구리월드컵 보이콧을 해도 모자랄 판에 UMB의 농락에 놀아나고 있는 연맹의 행태에 한숨만 나온다”고 개탄했다.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1일 남삼현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를 초대 통합 회장으로 선출했다. 남 회장은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 시절 당구연맹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당구 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연맹 안팎으로 잡음을 일으키며 수장으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대한당구연맹과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은 빌리어즈TV는 졸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지만 벙어리 냉가슴이다. 세계 최대의 동호인을 보유하고도 3류 스포츠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국 당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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