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등 몰려있고 경관 좋아
북한강변 수변…탁 트인 곳
경기 양평군 북한강변은 모텔과 카페, 식당들이 몰려 있고 경관이 좋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금요일인 26일도 수상레저를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최 측근인 이인원(69) 부회장의 시신은 이날 오전 7시11분쯤 왕복 2차로 391번 지방도에 접해 있는 서종면의 한 음식점과 북한강변 사이에 놓인 산책로에서 발견됐다. 현장에 최초 출동한 형대룡 양평경찰서 서종파출소장은 “40~50대로 추정되는 여성의 전화를 받고 나와보니 이 부회장은 이미 숨져 있었다”고 했다.
산책로는 어른 보폭으로 다섯 걸음 정도 되는 너비(6m)로 길이는 3㎞가량 된다. 바로 강변이 내려다 보일 정도로 외부에 탁 트여있다.
이 부회장은 지방도와 연결된 이 산책로 입구 경사로를 지나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당시 그는 베이지색 반바지에 검은색 점퍼 차림이었으며 트레킹화를 신고 있었다. 점퍼 안 주머니 속 지갑에서는 이 부회장의 명함과 신분증이 나왔으나 휴대전화는 없었다.
이 부회장의 시신 인근 벗꽃나무(지름 7~10㎝ㆍ높이 3~4m) 2.4m 높이 가지에는 분홍색 넥타이가 찢긴 채 매달려 묶여 있었고 이 부회장의 목에는 끊긴 넥타이 일부와 또 다른 푸른색 넥타이가 연결돼 감겨 있었다.
벗꽃나무 옆 잡초 위에는 ‘롯데’라는 적힌 진한 고동색 우산이 펼쳐져 있었다.
주민들은 별장을 가진 외부인들이 산책로를 거닐기도 했으나, 전날 오후부터 비가 많이 와 인적이 드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수풀이 우거진 곳이 없고 도로 위는 붉은색으로 포장까지 돼 있어 이 부회장은 비교적 쉽게 주민 눈에 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이 발견된 곳 뒤편 식당 주차장에 세워진 제니시스 EQ900 검은색 승용차 조수석에서는 이 회장이 자필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4매 분량(표지 포함)의 유서도 나왔다. 블랙박스는 없었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것과 신동빈 회장을 옹호하는 글, 비자금은 없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은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 부회장과 5∼6년 전부터 친구 사이로 지냈다는 강건국(71) 가일미술관 관장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강 관장은 “롯데 비자금 수사가 터지기 전에는 부인과 늘 매주 한 두 번 직접 운전해서 양평을 방문, 함께 점심이나 저녁을 먹었다”며 “딱히 연고는 없는데 은퇴 이후 인근에서 살고 싶어해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인이 장 수술을 받으면서 거동이 불편해졌고 2년 전부터 40~50평 가량의 단층집을 짓기 위해 집 보려 다녔다”며 “열흘 전부터 연락이 안됐는데 휴대폰을 압수당했던 것 같다. 다 떠안고 간 거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전날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 집에서 나와 홀로 승용차를 타고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 사건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변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를 감안할 때 중간에 다른 곳을 경유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인의 아들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는 최근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진술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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