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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신, 주군 위해 옥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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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신, 주군 위해 옥쇄 택했나

입력
2016.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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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신동빈 회장 훌륭한 사람”

10여년 아내 간호에 심신 쇠약

“검찰 소환 앞두고 압박감” 해석도

26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롯데 계열사 간 부당거래 및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각종 배임 혐의와 롯데건설이 10여년간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정책본부가 개입했는지 여부, 신격호(94) 총괄회장의 탈세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었다. 이 부회장이 소환됨에 따라 신 총괄회장 부자 등 총수 일가를 겨눈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오너 일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수 일가와 그룹 비리의 연결고리인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검찰의 칼날이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그는 롯데쇼핑 사장 등 요직을 거친 그룹 2인자로, 신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61) 회장까지 보좌한 최측근으로 불린다. 평소 롯데그룹에 대한 자부심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도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며 그룹 비리를 부정하고 신 회장과 회사를 옹호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자살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용한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 자신이 구속 수사를 받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져 부담감 때문에 막다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부회장의 개인 비리가 드러나 압박을 느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개인사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회장의 아내는 10여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지병을 앓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지극 정성으로 아내의 병간호를 하며 수발을 들어왔지만 최근 부인이 대장암 수술을 받아 입원하고, 이 부회장 본인도 지병을 앓으면서 심리적으로 약해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분석이다. 유서에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남긴 것이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가족과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이었다”며 “정확한 자살 동기를 알 수는 없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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