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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법원, 부르키니 금지 조치 무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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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법원, 부르키니 금지 조치 무효화

입력
2016.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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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30여개지역 비슷한 규제 제정

“자유 제한” 선례 될 듯

노동당 내분 속 올랑드는 “중립”

사르코지 “부르키니는 노예 상징”

25일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여성들이 프랑스 당국의 해변 부르키니 착용 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사관 앞에서 '해변에서 입고 싶은 대로 입은' 파티를 열었다. 런던=AP 뉴시스
25일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여성들이 프랑스 당국의 해변 부르키니 착용 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사관 앞에서 '해변에서 입고 싶은 대로 입은' 파티를 열었다. 런던=AP 뉴시스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해변에서 무장경찰이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 착용을 단속하면서 무슬림 여성에게 강제 탈의를 명령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해변에서 무장경찰이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 착용을 단속하면서 무슬림 여성에게 강제 탈의를 명령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 최고행정재판소(콩세이데타)가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 도시의 무슬림 여성을 위한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 착용 금지 조치를 무효화했다. 그러나 테러의 여파로 인해 부르키니 금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거세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콩세이데타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리비에라 해안 빌뇌브-루베시에서 제정한 부르키니 금지 조치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 자체는 법적으로 해당 도시의 부르키니 금지조치만을 무효화하는 것이지만, 프랑스 다른 30여개 지역에서 내린 유사한 명령에 대해서도 비슷한 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르키니는 신체를 완전히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의상인 부르카와 수영복 비키니의 합성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규제가 “심각하고 분명하게 불법이며 개인의 근본적인 이동ㆍ신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리그의 파트리스 스피노시 변호사는 “이 결정은 선례로 다른 시장들도 따라야 한다. 벌금을 물었던 여성들도 벌금을 되찾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이번 결정 자체는 프랑스 법률제도상 재판이 길어지고 확정판결을 내리기 전의 임시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

부르키니 금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스피노시 변호사는 전날 재판정에서 “부르키니 금지는 (무슬림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됐다” 고 말했다. 반면 빌뇌브-루베시를 대변하는 프랑수와 피나텔 변호사는 “(니스 테러로) 지역 분위기는 극도로 긴장돼 있다”며 “일부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지만 사회 분위기를 안정시키기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론은 부르키니 금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24일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여론조사업체 IFOP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64%가 부르키니 금지를 지지했다. 앞서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 지방법원도 부르키니를 금지한 남부 휴양도시 칸의 조치가 “사회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부르키니 금지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니스 해변에서 경찰들이 무슬림 여성으로부터 부르키니를 강제로 벗기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사진에는 중무장한 네명의 경찰이 중년 무슬림 여성에게 다가와 부르키니를 벗을 것을 명령했고, 여성은 하늘색 부르키니 상의를 벗는 장면이 담겼다. 25일 파리를 방문한 무슬림 가정 출신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프랑스가 국가비상사태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여성에게 무엇을 입어야 할 지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프랑스 정치권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중립을 고수하는 가운데 집권 노동당도 내분에 빠졌다. 무슬림 출신 나자트 발로 벨카셈 교육부장관은 “부르키니 금지는 인종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뉘엘 발스 총리는 “부르키니는 여성의 노예화를 상징한다”고 단언했다. 공화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심지어 25일 대선 출마 선언 연설에서 “부르키니 착용은 (프랑스에 대한) 도발”이라며 부르키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부르키니 논란은 해외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테러가 일어나지 않은 이탈리아 정치권도 부르키니 금지 조치를 놓고 정치권에서 격론이 오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슬림 여성들이 부르키니를 입고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종교적 탄압이 아닌 무슬림 사회의 서구화를 의미한다”며 “프랑스 정치인들은 극우주의자들과 규합하기보다 해변을 사랑하는 무슬림 여성들과 함께 IS의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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