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체조대표 출신
최영숙씨 금혼학칙에 제적
50년만에 이대 졸업장 받아
“이제야 당당히 어깨를 펴고 모교에 올 수 있게 됐네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입학 50년 만에 졸업장을 받은 최영숙(69)씨는 “늦게 하는 졸업도 이렇게나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씨가 한참이나 늦게 졸업장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이화여대의 ‘금혼학칙’ 때문. 1964년 도쿄올림픽 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던 최씨는 당시 함께 국가대표로 나선 강수일(73)씨와 4년 후 결혼하면서 제적을 감수해야 했다. 최씨는 “때를 놓치면 남편을 영영 놓칠 것 같아 결혼을 택했다”며 “금혼학칙이 폐지돼 졸업의 행운을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최씨는 60년대 촉망받던 기계체조 선수였다. 도쿄올림픽은 물론 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중학교에 들어가 체육 선생님의 눈에 띄어 운동을 시작했는데 고교 1학년 때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등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혼자에게 입학과 졸업은 물론 편입 자격도 주지 않던 당시 이화여대의 금혼학칙은 최씨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씨는 “여러 대학의 제안을 뿌리치고 65년 이화여대에 입학했을 정도로 애정이 컸다”며 “재일동포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부족한 공부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결혼을 결심했지만 막상 학교를 떠나려니 허전한 마음이 컸다”고 돌이켰다.
졸업까지 8학점만 남겨두고 제적된 최씨는 후배들의 독려에 지난해 재입학을 결정했다. 금혼학칙이 2004년 없어졌다는 사실도 그즈음 알았다. 그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틈틈이 강의를 듣고 부족한 부분은 리포트로 메워 졸업 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그는 “평소에는 내색을 잘 안 하는 남편도 졸업장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기뻐했다. 이참에 박사 학위도 노려볼까 고민 중”이라며 활짝 웃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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