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친구가 이사 갈 집에서 벼룩시장을 하자고 제의했다. 해외여행 잦은 그녀가 다른 나라에서 봤던 벼룩시장의 경제성과 낭만을 높이 사면서 한 말이다. 짐이 들어가기 전의 그 집이라면 벼룩시장을 열 정도의 여건이 되긴 하지만, 벼룩시장에서 뭔가를 사긴 했으나 남의 일로 여긴 나로서는 좀 어색한 일이라 성사될지 여부가 궁금하다. 만일 벼룩시장이 열린다면 내게도 내놓을 물건이 있다. 당장은 창고와 다락에 있는 목공예품들이 떠오른다. 금강송을 파 만든 작은 함지박과 쓸모가 많은 나무벽돌도 재미로 벼룩시장에 내놓을 만한 물건이다. 원목으로 만든 책꽂이와 작은 난로, 두 번 다시 읽을 일이 없는 책도 괜찮을 듯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들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그냥 쓰라고 주곤 했던 물건들이다. 그걸 굳이 돈을 받고 팔 생각을 하니 뭔가 걸리는 데가 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서일까? 그래서 생각을 좀 바꿔 보니, 벼룩시장에서 싼 값으로 산 물건들 중에는 내가 오래도록 잘 쓰면서 ‘이걸 그 사람한테서 샀었지’ 하는 것들도 꽤 있다. 반대로 내가 뭔가를 그냥 줄 때는 떠넘기다시피 준다는 느낌이 들어 석연치 않을 때도 있었다. 시장이 열리면 각자 필요한 것만 골라갈 수 있으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과연 시 쓰는 내 친구는 벼룩시장을 주최할 주변머리가 되기나 하는 걸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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