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이후 경기시설 활용 통해 새로운 도시 브랜드 형성
관광, 의료, 스포츠 결합 도약 발판 마련
제97회 전국체전을 40여일 앞둔 충남 아산시는 2011년 전국체전 유치전에 뛰어들 때만 해도 체육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당시 어느 대회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전국체전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지만, 인구수 20만 명을 갓 넘은 아산시가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아산시는 2012년 개최 도시로 확정된 이후 4년 간 다른 도시와 차별화한 체전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10월 7일 화려한 개막을 손꼽고 있다. 아산이 이른바 ‘스포츠 도시’로 비상하는 꿈이 무르익고 있다.
▦연고 프로구단 유치
아산시는 전국체전 개최 도시로 확정되면서부터 체전 이후 각종 경기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각종 체육시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 서울에 집중된 각종 경기를 대신할 수 있는 ‘신흥 스포츠 도시’로 자리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영ㆍ역도ㆍ하키 팀을 운영해온 아산시는 충남 유일의 동ㆍ하계 복합체육시설인 이순신체육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고 프로팀 유치에 주목했다.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단 유치가 대표적이다.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은 지난 3월 아산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기업이미지통합(CI) 선포식을 통해 변경된 구단명칭을 공개하는 등 사실상 제2 창단을 했다. 아산시는 연고 프로스포츠단의 경기장 사용료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는 조례를 활용, 농구단의 연간 경기장 사용료를 100원으로 하는 파격적인 계약을 했다.
이는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양키스가 뉴욕시에 40년간 400달러를 지급하는 선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임대료 100원’은 아산시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도시임을 강조하기 위해 장군의 존안이 새겨진 동전을 선택했다.
아산시는 지난 달 21일 프로축구단 유치 창단 계획을 발표하고, 연맹에 ‘프로축구단 창단 의향서’를 공식 제출했다.
시는 K리그 챌린저리그 소속 경찰대 무궁화축구단을 유치했다. 무궁화축구단은 기존 연고지인 안산시를 떠나 내년부터 아산시를 새 연고지로 리그에 참여한다.
▦체육행정 전담부서 신설 스포츠 마케팅 강화
아산시는 2개 프로구단 운영에 대비해 기초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체육행정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또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관련 분야 민간 경력자도 채용했다. 전담부서는 전국체전을 비롯해 11월 열리는 제3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을 계기 삼아 대회 직ㆍ간접 시설 건립과 스포츠용품ㆍ 서비스 산업 육성 전반을 주도한다.
시는 이들 대회를 치르기 위해 드는 비용이 총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최대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충분히 남는 장사로 판단, ‘스포츠 도시’ 도약이 아산의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형 체육시설에 지역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이 일반상가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영세 지역 상인 보듬기에도 나섰다.
이 같은 시책은 여느 지자체가 종합운동장이나 종합체육관 등 각종 스포츠 시설의 관리비 부담으로 재정난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경기장 운영 노하우부터 관중 관리 능력까지
아산시는 체전 유치 이후 전국 규모 각종 대회를 100여회 이상 치르면서 경기 운영 노하우를 쌓았다. 체전을 유치한 이듬해인 2013년에는 31개 대회에 6만8,156명이 참가했다.
프로배구 우리카드 팀이 아산에 임시로 둥지를 튼 기간 경기장 운영 노하우와 관중 관리 능력을 키웠다. 프로배구 V리그는 2012~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홈경기 누적관중이 1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아산’의 위상을 전국에 알렸다.
대규모 대회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숙박시설과 음식점의 수준도 향상됐다. 이용객 증가와 수입 증대는 시설과 서비스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
▦온천관광-의료 서비스-스포츠 융합
아산은 1980년대까지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혔다. 이런 온천관광지의 명성이 스포츠와 융합하면서 ‘스포츠 관광’에도 서광이 비쳤다.
2014년 이순신빙상장과 체육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활용방안을 위해 시도한 ‘볼쇼이 아이스쇼’는 빙상 불모지인 충남에 파란을 일으켰다. 아산시가 직접 기획하고 아산시문화재단이 주관한 공연에는 전국에서 6,5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시는 내친 김에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 등 아산 3대 온천단지를 활용한 관광상품과 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냈다.
아산시는 보양온천도시의 특성을 살려 전지훈련장 육성에 눈을 돌렸다. 종목에 관계없이 선수들이 온천을 하면서 운동재활을 하는 것에 주목해 온천을 활용한 스포츠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장애인전용체육관에 운동처방실을 두고 장애인뿐 아니라 부상선수들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용수요가 증가한다면 부상선수들을 위한 운동처방과 재활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산시는 이를 잘 활용한다면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관광 스포츠 의료도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의료관광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산시가 스포츠 재활치료의 메카로 자리한다면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다. 대학병원 및 한방병원과 연계한 의료관광도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온천도시의 관광 인프라와 각종 체육기반시설을 융합해 활용도를 최대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스포츠가 지역경제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체육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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