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환자 감염 추정지 거제서
70대 주민 생선회 먹고 설사증상
콜레라균 유전자형 같을 경우
수산물 대량 오염 가능성 높아져
“불황에 콜레라까지” 횟집들 한숨
국내에서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첫 번째 환자가 발병 직전 다녀갔던 경남 거제에서다. 전염성인 강한 콜레라가 지역사회에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이들 환자의 감염 경로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5일 거제에 거주하는 73세 여성 B씨가 전날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B씨는 이달 13일 다니던 교회 신도가 잡아 냉동보관 중이던 삼치 회를 다음날 점심으로 먹었다가 이튿날 오전부터 설사 증상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탈수 증상으로 17일 지역 병원에 입원해 한때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던 B씨는 증상이 호전돼 24일 퇴원한 상태다.
당국은 B씨가 콜레라균에 오염된 삼치 회를 먹고 발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삼치가 포획된 당일 회를 떠서 먹었던 교회 신도 11명은 설사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생선 일부 부위만 오염됐거나 B씨가 면역력이 약한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콜레라균에 감염돼도 설사 등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삼치 회를 먹은 이들을 상대로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3일 광주에 거주하는 59세 남성 A씨가 이달 초순 거제ㆍ통영 여행 직후 콜레라에 걸린 사실이 확인된 지 이틀 만에 같은 지역에서 환자가 추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거제시보건소에 현장대응반을 설치하고 감염원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에 나섰다. 특히 환자들이 동일한 오염원 탓에 발병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B씨 콜레라균 유전자형을 분석해 A씨 것과 비교하기로 했다. 결과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의사협회 등을 통해 전국 의료기관에 복통 없이 묽은 설사를 하는 환자는 모두 콜레라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역시 여행 중 먹은 수산물(생선 회 및 게장)이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두 환자가 같은 종류의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집단감염 우려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음식을 먹었고 접촉한 적도 없는 A씨와 B씨가 동일한 균에 감염됐다는 것은 바닷물에 콜레라균이 번식하면서 사람들이 먹는 어패류가 대량 오염됐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온이 높을수록 쉽게 번식하는 콜레라균 특성상 올해 폭염엔 해수 오염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그러나 두 사람의 콜레라균 유전자형이 일치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지역 해역은 격주로 시행되는 해수 세균 검사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적이 없다”며 “두 환자의 행로로 볼 때 각자 개별 요인에 의해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A씨의 콜레라균 유전자형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유형인 점 등에 비춰 A씨가 먹은 수산물이 수입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국은 오염된 상하수도를 통한 집단발병 가능성도 국내 수질 관리 수준을 들어 낮게 평가하고 있다.
거제시는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거제시지부 관계자는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업 불황 탓에 매출이 반토막 났고 최대 성수기인 7, 8월 피서철에도 관광객이 15%가량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설상가상 콜레라까지 발병해 어패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거제=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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