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 노사가 석유화학 업계에선 처음으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에 합의했다. 공급 과잉 업종 인력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부각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25일 “회사와 노조가 일자리 나누기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자리 나누기는 근로자는 인건비 감소를 수용하고 회사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현장직군의 4조3교대가 5조3교대로 전환되고,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된다. 노사는 연차 휴가 등도 모두 사용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한화종합화학은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이에 맞춰 급여도 축소하면서 이에 따라 부족해진 업무량은 지난해 가동 중지된 공장의 인력을 투입해 결국 정리해고 없이 완전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로, 석유화학 분야의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꼽히는 테프레탈산(TPA)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세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울산에 있는 이 회사 공장 세 곳 중 한 곳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번 합의가 없었으면 가동을 멈춘 공장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은 파업과 직장 폐쇄 등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란 합의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되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성사되며 조선과 철강 등 구조조정에 직면한 다른 공급과잉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한화종합화학 측은 “지난 1월부터 원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번에 노사가 ‘함께, 멀리’라는 슬로건 아래 어려운 합의도 이끌어낸 만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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