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가치가 없는 가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수백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가상화폐를 판매해 피해자 5,700여명으로부터 94억9,500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유사수신업체 대표 이모(49)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장모(3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투자금을 갖고 외국으로 도주한 회장 홍모(54)씨와 해외 투자자 모집을 담당한 지역센터장 명모(49)씨는 지명수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가상화폐 유통업체를 차리고 ‘유니온플러스(UP)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이후 전국에 지역센터 32개를 설치한 뒤 ‘UP 코인은 비트코인처럼 현금가치가 있는 가상화폐이며 미리 구입하면 가치가 올라 수십~수백배수익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 전국에 금융기관과 연계된 수천개의 가맹점 및 현금자동지급기(ATM)가 있어 언제든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 일당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온라인에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는 거래업체가 이를 담보하고 환전해 줄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현금에 준하는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이 업체는 그만한 자산이 전혀 없었고, UP 코인 거래소에서도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체는 거래소를 조작해 가상화폐 시세가 계속 오르는 것처럼 꾸몄다.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들이 제공한 투자금 70%를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통해 가상화폐가 가짜라는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모집도 다른 투자자를 추천하면 5%인 추가 수당이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형식을 취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 수천여명이 몰리자 업체는 해외로 눈을 돌려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유령법인을 세운 뒤 교민과 외국인 투자자까지 끌어 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로 도피한 다른 피의자들을 추적 중이며 국내 지역센터를 운영한 조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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