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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어쩌다 한 번

입력
2016.08.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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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에다 쾌적하지 않은 날씨까지 더해져 숙면을 못한 지 여러 날. 발을 헛딛기도 하고 머리를 찧기도 하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었건만,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너무 늦게 잠이 들었다가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일어나 허둥대다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렸는데, 하필 발가락을 맞았다. 비명을 삼키면서 서둘러 약부터 찾아 발랐지만 상처에서는 피가 나고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계속 약을 바르는데도 멈추지 않고 붓더니 발바닥까지 멍이 든 게 보이고, 감각이 이상할 정도로 발이 두툼해졌다. 그래도 발뒤꿈치로 디디며 절룩대며 걸으니 당장 꼭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 일을 대신 맡길 사람 하나 옆에 없는 자는 몸이 아파 봐야 혼자 사는 삶이 얼마다 신산한지 깨닫게 된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어딘가를 다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마조히즘과는 다른 것이고, 혼자 힘으로는 뭔가를 멈출 수 없거나 그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 그런 순간이 온다. 그때서야 자신의 머릿속이 얼마나 탁한지 알게 되고, 진즉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여겨진다. 넘어진 자리에서 쉬어가듯 상처를 들여다보며 주저앉아 있다 보면, 온갖 형이하학적인 생각이 구더기처럼 끓고 있는 머릿속을 하고도 어쩌다 한 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싶다. 나날의 기적에 감사할 따름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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