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고교는 조리도구서 ‘병원성 대장균’ 검출
전례 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국의 학교에 식중독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인천의 고등학교 2곳에서도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간이 검사 결과 한 학교 급식실 조리도구에서는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했다. 이 학교 학생 1,051명 중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있다고 답한 학생은 190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보건당국이 추적조사를 벌여 식중독 등이 의심된다고 보고 가검물을 채취한 학생은 155명으로 집계됐다. 25일 오전까지 추가로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는 학생은 없었고 교직원 중에는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시와 구 보건소,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급식으로 제공된 음식물을 통해 식중독 균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당국은 학생과 조리종사원, 조리도구, 식재료, 보존식에 대해 식중독 균 간이검사를 벌였고 조리도구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염병이나 물에 의해 식중독 균이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재 18~24일 급식으로 제공된 음식물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으로 증세를 호소하기 전날인 23일에는 점심에 짬뽕국과 장조림 등, 저녁에 돼지국밥, 메밀전병 등이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는 학생 발생 추이를 계속 관찰하는 한편 26일까지 급식을 잠정 중단했다.
인천 중구의 한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 학교 학생 269명 중 2명이 22일 구토, 설사 등 증세를 보이며 학교 보건실을 찾은 데 이어 24일 추가로 20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했다. 이중 2명은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증세를 보이는 학생 가운데 식중독이 의심되는 18명과 조리종사원 5명 등 모두 23명에 대한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학교 측은 증세가 있는 학생들을 귀가 조치시키고 생활관과 급식실의 음용수 공급을 중단한 채 생수, 끓인 물을 제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3~5일 걸리는 정밀 검사 결과를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며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가 모두 끝나기까지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야간에도 기온이 높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되는 병원성 대장균 등 증식이 활발해져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식재료 보관과 유통 등 문제도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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