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7 전당대회와 함께 퇴임을 앞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우려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친문(문재인) 성향의 대표와 최고위원 구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차기 지도부의 쏠림 현상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김 대표는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도, 이쪽의 친문(친문재인)도 15% 정도의 확고한 지지기반은 각각 있지만, 그것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대한민국 유권자가 4,000만 명 가까이 되는데 친문으로 그렇게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과연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친문에 대한 구애(求愛)’로 흐르는 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앞으로 새로이 선출되는 지도부가 당을 어떻게 끌어갈지는 내가 잘 모르겠는데 현재까지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상황을 보면 상당히 우려되는 점이 많이 있다”며 “당 선거 규칙이 그렇게 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일개 계파(친문 세력)가 (당) 전체를 그냥 다 쓸어 잡는 선거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권후보의 자격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 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처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을 하고 치유방안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곤란하다”며 “(향후 대권주자군도) 최선이라는 건 기대할 수 없고 차선도 기대할 수 없으면 차차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정계개편 가능성도 점쳤다. 그는 “양대 정당이 지나치게 어느 한 계파로 쏠려 그 계파가 전체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라는 게 움직이는 게 생명이기 때문에 새로운 움직임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정개개편은) 외부에서 국민생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 변화를 감지해내는 인사들이 많이 생겨나면 가능성이 전혀 배제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7일로 예정된 더민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현 비대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이후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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