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25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온 황 사장은 롯데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20여개의 하청업체를 통해 공사대금을 부풀린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정책본부를 거쳐 오너일가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에서 황 사장이 차지하는 역할에 비춰볼 때 그가 롯데 비리 의혹 전반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2010년 롯데쇼핑홀딩스의 중국 쇼핑업체 ‘러키파이’ 인수 및 롯데칠성음료의 두산주류BG 인수 등 롯데의 대규모 인수ㆍ합병(M&A)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실장은 손실이 예상됐지만 M&A를 강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후 조사실로 향했다.
1979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황 사장은 1990년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들어온 신동빈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황 사장은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활용해 신 회장이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게 업계의 후문이다. 그는 1995년 신 회장과 함께 롯데그룹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긴 후 주요 인수합병 사업을 이끌면서 그룹 내 최고실세로 자리매김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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