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8월 25일
태양계 무인탐사선 보이저(Voyagerㆍ이하 V2) 2호가 1989년 8월 25일 해왕성에 도달했다. V2는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 된 해왕성과 트리톤 등 10여 개 위성의 관측 사진을 지구로 전송한 뒤 태양계 외곽, 깊고 어두운 성간 공간(항성 사이의 우주)으로 떠났다. 77년 8월 20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타이탄3E센타우르 발사체에 실려 지구를 떠난 V2는 초속 15~17km의 속도로 하루 평균 130만~150만km씩 지구에서 멀어져 갔다. 빛이 곧장 나아가도 근 30일이 걸리는 거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표면과 위성 관측이 V2의 주요 임무였다. V2는 공전 방향을 따라 행성에 접근, 생생한 컬러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한 뒤 행성의 중력에서 가속도를 얻어 그 관성으로 다음 행성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플라이바이(fly-by) 항법으로 항해했다. 커다란 나선형 궤도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태양계의 행성들이 도움닫기 징검돌 노릇을 한 셈. V2의 항적, 즉 네 개의 행성이 항적에 나란히 겹쳐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타이밍은 약 175년마다 한 차례씩 찾아온다고 한다. V2는 연착하지 않고 정확하게 그 방향과 속도로 나아갔다.
V2 발사 16일 뒤인 77년 9월 5일, 보이저 1호가 발사됐다. 중량과 외양, 기능 등 면에서 V2와 쌍둥이인 1호는 늦게 출발했지만 짧은 궤도를 날아 목성과 토성의 사진을 먼저 지구로 전송, 공식 임무를 끝낸 뒤 외계를 향한 영원한 여행을 시작했다. 미항공우주국은 2013년, 1호가 지구를 떠난 지 36년 만에 태양계 바깥 우주에 진입했다고, “성간 공간 모험에 나선 최초의 인공물이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출발했지만, 천왕성 해왕성을 들러야 했던 V2는, 물론 항적도 방향도 V1과 다르지만, V1보다 약 30억 km 뒤처졌다. 탐사선에 장착된 원자발전 통신 배터리는 2025~30년이면 소진돼 지구는 더 이상 두 우주선의 존재 자체를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하지만 보이저는, 소행성 충돌 같은 치명적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한없이 날아 약 30만년 뒤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 속한 시리우스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 칼 세이건 등이 지구의 소리와 영상을 담은 금제 음반이 실려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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