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ㆍ청문회 정국서
새누리-더민주 사이 존재감 희박
리베이트 의혹 등 지지율 하락
호남서도 더민주에 밀려
“박지원 개인기에만 의존” 자조
4ㆍ13 총선 전후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의 한숨이 깊다. 원내에선 여소야대 구도에서 캐스팅보트로 주목 받았지만 여야 경색국면에서 제3당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대외적으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등으로 당 지지율도 하향세를 걷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안철수ㆍ천정배 전 대표의 사퇴 공백을 빠르게 메웠으나 좀체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정국은 국민의당이 처한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의당은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야당으로서 추경 편성을 이례적으로 제안, 이슈를 주도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해당 산업에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채택과 연계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중 일부를 양보하는 대신 예결특위의 추경 심의를 재가동하자고 설득하고 있으나 양당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더민주는 국민의당의 핵심 증인 양보 제안에 “여당과 같은 주장을 해서 충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다른 정당과 차별화와 절충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질적 결정권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호남이 가장 큰 지지기반인 점도 운신을 제약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호남에서의 정권교체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쟁점 현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손 잡고 절충하는 모습은 지지기반의 의사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는 더민주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갈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 야성(野性)만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지율은 정기국회에서 정책 역량을 증명하기도 전에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등을 거치며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8월 셋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10%였다. 서울은 8%였고, 호남은 25%로 더민주(28%)에도 밀렸다. 여기에 ‘호남당’, ‘안철수당’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인재영입도 부진한 상황이고,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자조도 나온다. 2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 위원장과 황주홍 의원 간의 설전은 이러한 당내 위기감을 보여준 해프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의 외연확대가 유력주자 중심의 하향식이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 중심의 상향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플랫폼 정당이 되기 위해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 등에 대한 영입 시도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비해 취약한 당원 조직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동시에 유력주자들에 대한 단순한 러브콜이 아닌 이들이 안 전 대표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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