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짜리 시험성적 잣대로
국내 유일 왕겨제품업체 선정
정작 충격흡수 테스트는 제외
20억대 사업 외부공고도 안해
市 “야구연맹 자문 받아서 결정”
경기 화성시가 고작 50만 원짜리 시험성적서 등을 잣대로 국내 최대 유소년 야구단지에 쓰일 수십 억대 충전재(充塡材)를 특정회사 제품으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전재는 인조잔디의 탄성을 높여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시는 다른 제품과 비교실험을 의뢰하면서 정작 시험기준에 ‘충격흡수율’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는 314억 원을 들여 우정읍 매향리 320-2일대 옛 미군사격장 터 24만2,689㎡에 짓고 있는 ‘화성드림파크’ 내 인조잔디 충전재를 A사의 왕겨제품으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드림파크는 내년 3월 완공 예정으로, 이곳 인조잔디에는 20억 원 상당의 충전재가 쓰일 것으로 추산됐다.
시는 제품 확정에 앞서 지난 4월쯤 한국리틀야구연맹 관계자 등 10여 명과 회의를 열어 친환경 소재의 충전재를 쓰기로 의견을 모았고 A사 등 3곳만 접촉해 사전 설명을 들었다. 적지 않은 사업비가 들어가는데도, 설명회 등에 대한 외부 공고는 없었다.
한 달쯤 뒤에는 50만여 원을 들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고무ㆍ황토ㆍ왕겨 등 3가지 소재 제품에 대한 시험성적을 맡겼다. 기준은 유해성분 검출 여부와 고온에 얼마나 잘 견디는 지 등이었지만, 인조잔디에 충전재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충격흡수 테스트는 제외했다.
시험결과 최근 논란이 된 중금속 등 유해성분은 모두 나오지 않았고 온도 측정에서만 제품간 시점 별로 최대 5,6도 차이가 있었다. 측정은 항온기(80도)에 넣고 1시간 가열한 뒤 110분간 방치하다 회복되는 과정에서 10분 단위로 이뤄졌다. 26차례 비교했는데, 열을 가할 때는 왕겨제품의 온도가 가장 서서히 올라갔고 마지막 식은 온도는 황토제품이 가장 낮았다.
시는 이 시험성적 등을 토대로 화성드림파크의 충진재로 고무(SEBS)보다 10~20% 가량 비싼 왕겨 제품을 선택했다. 왕겨 제품을 보유한 곳은 국내에서 A사가 유일하다. 시는 자연친화 등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시험결과를 감안하면 황토 제품도 성능이 비슷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왕겨 제품이 깔린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미끄럼으로 부상위험이 크다는 등의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배수 등이 문제된 수원시는 A사에 하자보수를 요구, 충전재를 SEBS로 갈았다.
박주덕 화성시 체육진흥과 체육시설팀장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야구인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이라며 “충격흡수율은 야구연맹에서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뺀 것으로, 법적인 잘못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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