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탓 11일 만에… 비난 거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홍수 피해를 본 루이지애나 주 피해 현장을 23일(현지시간) 방문했다. 하지만 휴가를 보낸다는 이유로 홍수가 발생한지 11일 만에 이뤄진 방문이어서 ‘뒷북 방문’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낮 배턴루지 홍수피해 현장을 찾아 “(휴가 복귀 후)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았다”면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피해 현장에는 주 방위군이 배치돼 복구를 지원 중이며, 임시 주거지원, 주거복구, 홍수보험금 지급 등에 1억 2,000만 달러(약 1,340억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등산화를 신고 셔츠 소매를 말아 올린 모습으로 등장해 현장에서 3시간 가량을 머물렀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여름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피해 현장에 늦게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뒤늦은 현지 방문이 트럼프를 대통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앞서 19일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함께 루이지애나를 찾은 것을 빗대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도 이날 트위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벌써 수일 전에 루이지애나에 갔어야 했다.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1주일 전에 모든 자원을 동원해 전력으로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건 활동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일도, 사진 촬영 기회도 아니다”라며 “TV 카메라가 떠난 뒤에도 피해자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루이지애나에서는 지난 12일부터 75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17명이 숨지고 6만여 채의 가옥이 홍수 피해를 당했다. 연방정부의 긴급지원을 요청한 이재민들도 10만6,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번 폭우는 2012년 동부 연안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 이후 최악의 홍수 피해로 기록됐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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