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아트축제 홍보 빌미로 직급별 할당
기업ㆍ병원ㆍ유관단체까지 무차별 배당
市 “홍보차원 자율 협조요청” 반박
전남 순천시가 원도심을 살리고 체류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한 푸드&아트 축제가 공무원을 동원해 산하기관, 기업, 유관단체에 상품권을 강제로 할당하거나 떠넘겨 말썽을 빚고 있다.
순천시는 총 행사비 4억5,000만원을 들여 오는 9월 2일부터 사흘간 ‘2016 순천 푸드&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남도의 맛, 순천의 멋’주제로 열리는 축제는 원도심 중앙로 의료원로타리~남교오거리, 문화의 거리, 연자로 일원에서 음식과 문화예술을 접목해 전시, 공연, 체험 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축제장 내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예술품, 특산물 등은 순천시가 발행한 상품권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성공적인 축제와 참여 분위기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이를 위해 부서별 할당량을 정한 뒤 이메일과 부서 관리자를 통해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직급별로 1만∼10만원 등 시산하 공직자는 총 4,600만원, 읍면동 기관 및 단체는 1억4,000만원을 할당했다. 유관기관 및 단체 9,600만원, 기업체 3,600만원, 부스운영자 1,200만원,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지역 9개 시군으로 구성된 남중권발전협의회 4,400만원 등 총 3억7,400만원의 목표액을 책정했다.
상품권을 할당 받은 시청 각 부서와 직원들은 이를 털어내기 위해 시청에서 지정한 100여개 기업체와 병원, 유관단체는 물론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지인과 업자에게까지 떠넘기다시피 했다.
순천시 직원 A씨는“개인별 부서별 목표까지 정해 지침이 내려오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상품권 일부는 업체에 떠넘기고 나머지는 자기 돈을 내서라도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직원 대부분은 할당량 판매 정도가 인사고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체와 유관단체도 강매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순천시로부터 판매 요청을 받은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 활동이 힘들지만 시청과 평소 업무관계 때문에 수 백만 원어치를 사게 됐다”며 “공무원 ‘갑질’로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처음 치러지는 이번 축제가 개최도 하기 전부터 상품권 강매로 행사 의미의 퇴색은 물론 시민과 관광객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관제 축제라는 오명과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홍보차원에서 유관기관에 자율적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강매는 아니다”며 “직원들 불만 등 논란이 있어 26일까지 판매하지 못한 상품권은 반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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