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취약 지지계층인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본격 공략하면서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구애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흑인 사회는 여전히 트럼프를 ‘인종 차별주의자’ ‘백인 우월주의자’로 힐난하고 있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폭스 뉴스의 정치토크쇼에 출연해 “나는 사람들(이민자)을 해하려는 게 아니다. 일부 이민 정책을 부드럽게(softening)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이면서 히스패닉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민자 강제 추방’ 등 이민 관련 공약에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을 거론하면서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수년간 기다리는 훌륭한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도 흑인ㆍ히스패닉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거론하면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등 소수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또 25일 콜로라도 유세 때 이민 관련 공약 내용을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 주에는 선거 캠프에 ‘메시지 전문가’인 숀 스파이서 공화당전국위원회 수석전략책임자를 전격 영입하기로 했다. 그간 마찰을 빚었던 일부 공약과 메시지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 연방의회 흑인 모임인 ‘블랙코커스(CBC)’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소수인종 포섭에 나선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CBC회장인 조지 케네스 버터필드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의 최근 유세는 대부분 백인 청중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며 “오히려 흑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평가했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뉴욕)도 “트럼프는 그간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적극적으로 호소해 왔다”며 트럼프의 전략 변화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가 히스패닉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올해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4년 전 대선 때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13일 NBC방송ㆍ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조사 결과,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의 흑인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 지지율은 0%였고, 이달 8일 조사에서도 1%에 그쳤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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