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농약을 넣은 두유를 이웃에게 건넨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창제)는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75)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마을 가게에서 두유를 구입, 집에 있던 농약을 주입해 이웃에 사는 주민 A씨의 집 앞에 가져다 놓았다. A씨가 자신을 비료도둑이라고 험담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농약두유는 엉뚱하게도 A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마셨다. 다음날 아침 집 앞에서 이 두유를 발견한 A씨는 동네 이웃이 마시라고 가져다 놓은 것으로 생각하고 보관하다가 아들(7)에게 마시게 했다. A씨의 아들은 어지럼증과 복통을 호소하다 정신을 잃었고, 일주일 간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두유가 상했다고 생각한 A씨는 그냥 보관하다가 지난 1월 토지 정리 작업을 하던 B씨에게 줬다. 이를 그냥 갖고 있던 B씨는 또 다른 마을 주민 2명에게 건넸고, 주민 2명도 응급치료를 받았다. 경찰의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검거된 김씨는 “나이가 들고, 몸도 많이 아파 나보다 20살이나 어린 A씨에게 힘으로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 농약을 넣은 두유를 집 앞에 놓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당뇨와 혈압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웃을 살해하려고 한 피고인의 행위로 무고한 3명이 생명을 잃을뻔 해 그 죄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하며 “피고인의 나이 등 전반적인 부분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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